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어리광



뿌애앵- 뿌애앵-

3호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형, 누나가 모두 잠든 시간 저 혼자 서럽게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누야- 누야- 부르던 소리는

마아- 마아- 로 바뀌어 울음 끝을 점 점 키워갔다.


우리 집 3호는 엄마부터 찾지 않는다.

우리 집 3호의 원픽은 항상 2호인 누나였다.

엄마는 전부 들어주지 않지만, 누나는 전부 들어주기 때문이었다.


"형아, 누나 모두 코오- 자."


뿌애앵- 뿌애앵-

재차 울리는 사이렌은 몸집을 키우다 못해 방 안을 호령했다.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야만 멈춰지는 사이렌은 막내의 특권인 듯했다.


"어머니- 아이에게 손위 형제들이 있나요?
형제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것 같아요.
천상 막내들의 행동이 그대로 보여서요."

이사를 온 뒤, 새로이 등원시켰던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천상 막내들의 행동이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울음 끝이 길어지는 3호를 지켜보다가 이내, 휴우- 한숨을 내쉬며 안아 들었다.

아이의 어리광에는 애정을 갈구하는 서글픔이 묻어났다.

말문이 늦게 트인 3호는 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형아, 안아줘- 누나, 안아줘-"


아이도 무의식적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엄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것도 받아 본 사람이 줄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말과 같이,

나는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감정을 속이지 못하는 3호마저도, 애정을 갈구하는 순서에서 나를 뒤로 미뤄두지 않았는가.


아이의 어리광이 부러우면서도, 한편 씁쓸한 맛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어릴 적, 누구라도 어리광을 받아 주었더라면...

내 어릴 적, 누구라도 애정을 담뿍 안겨 주었더라면...

그랬다면 3호도 1호나 2호가 아닌 "엄마"부터 찾지 않았을까.


엄마, 안아줘-
엄마, 사랑해 줘-

품에 안겨 달래주니 이내 고개를 푸욱 떨군 채 잠이 드는 3호였다.

갓난아이 때부터 가슴에 고개를 묻고 자는 모습이 참, 어여뻤다.

어미가 되는 것에 자격이 없다 자책하며 살던 나에게, 3호는 격려해 주듯 껌딱지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아이의 어리광에 스며들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아이의 어리광에 위로를 받고 있었나 보다.


3호의 촉촉한 눈가를 닦아주며, 길게 놓인 베개에 머리를 같이 뉘어본다.

작은 머리통과 맞대고 누워 서로의 손을 마주 대었다.

새근 새근, 아이의 숨소리. 토닥 토닥,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아이의 가슴을 토닥 토닥, 엄마의 마음을 토닥 토닥.

서로의 따스함으로 연결이 되어, 지난한 밤을 따스히 스쳐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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