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보낼 수 없는 편지

Prologue

by Gin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 던 어느 날.

학교 축제로 인해서 모두에게 개방이 되었던 그 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교정을 비추던 푸른 농구 코트와 작은 야외 음악당에서의 첫 만남이었다.


그 때 당시, 내 남자친구와 너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 둘이서 농구를 하고 있었고

축제 정리가 다 되어 갈 즈음까지 너희 둘은 한 편의 청춘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청록의 바닥에 검은 자국을 떨궈내며 너희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너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문득 눈에 들어 온, 너희의 해맑게 웃고 있는 그림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석양을 뒤로 한 너희 주변에는 반짝이는 빛들이 가득해 보였다.

두근대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니 남자친구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지 아마.

너는 옆에서 젖은 앞머리를 털어내며 어색하게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키가 큰 두 사람 사이에 머리 하나정도 차이가 나게 작은 내가 귀여웠는지

처음 만난 사이같지 않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야외 음악당의 언덕에 앉아,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으로 훈훈하게 달궈진 등을 식히며

우리 셋은 그렇게, 셋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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