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응급실



뙤약볕이 내리쬐고 공기마저 달궈진 여름, 여느 날과도 다를 것 없던 하루였다.

방학을 맞은 1호, 2호는 안산 할머니네에서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기로 했었다


일요일 오후.

언제나와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있었다.

3호는 시댁에서 잠시 데리고 외출 하시겠다고 하여서 출근하는 토토로를 배웅하고 나선 길이었다.


친정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0분. 겨우, 10분이었다.

어디쯤 왔냐며 궁금해 할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신호가 수차례 지나가도록 받지 않는 전화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잠이 드셨나 싶었다가도 이제 막 식사 시간이 지났을거라는 생각에

재차 전화를 걸며 마음을 다독였다.


뚜르르- 뚜르르-

이어지는 신호음에 불안감이 스멀 스멀 몰려 들려던 찰나,

어 왜? 라는 엄마의 수화음에 휴우- 하며 깊은 숨이 빠져나갔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셔. 핸드폰으로 사골이라도 우리시나 했네?"


"진동으로 되어 있어서 그랬어. 미안."


"아니에요, 계속 안 받으시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지."


교회를 다녀오시면 항상 진동으로 바꿔두시는 습관이 불러 온 불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그랬어야만 했다.


작은 수다를 뒤로하고 도착한 엄마의 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2주정도의 시간이 지났다고는 해도,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외형이 너무도 변해버린 1호가 보였다.

2주간의 사이에 자주 통화를 하면서 1호가 자주 다리가 욱씬거린다, 찌릿찌릿 몸이 저린다던 내용이

번개처럼 머리속을 훑고 지나갔다.


"엄마... 얘, 왜 이래?"


반갑게 웃으며 나에게 안겨 들었던 1호와 2호를 안아주고서 엄마에게 다가가 살며시 물었다.

아이들을 안아주며 스리슬쩍 1호의 팔과 다리를 어루만져 보니

평소와 다르게 푸욱 들어가는 피부가 낯설었다.

활동량이 워낙에 많았던 아이들인지라 정기적인 건강검진 때마다 저체중 소리를 듣던 아이들인데

아무리 요즘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남다르게 빠르다고는 하지만,

육감적으로 느껴진 싸늘함은 평소와 다르다며 날카로운 신호를 보내왔다.


매일을 함께 보내며 지내온 탓일까. 뭐가? 라고 되묻는 엄마의 말이 여상스러웠다.

2주라는 시간 속에 아이를 낯설게 느낀 내가 새삼스러운 것일까.

혹시나 싶은 마음에 1호를 불러 이것 저것 물어보며 아이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엄마... 나 몸을 움직이는게 불편해...


순간, 소름이 솜털 끝까지 오소소 차올랐다.

머리 속에서 새빨간 경고등이 왜앵- 왜앵- 울려댔다.

교회를 다녀 온 뒤부터 피부가 욱신거리다 했다. 분명 점심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했다.


자신이 어땠는지 하나 하나 설명하는 아이를 두고, 잠시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멍 해지고 온 몸의 피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손 끝이 꽝꽝 얼어버린 채 나도 모르게 차키를 챙겨들며 아이를 재촉해서 밖으로 향했다.


이상했다.

무서웠다.

공포, 그 자체였다.


"엄마, 나 괜찮아. 엄마 손이 너무 차가워."


아이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뛰다시피 차에 올라 엑셀을 밟았다.

달달 떨리고 있는 내 손을 토닥이며 괜찮다 말해주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몸이 어떻다 꾸준히 이야기 해준 아이의 말을 '성장하는 중이라 그런가?' 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넘겼던
지난 날의 무책임했던 내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아이는 계속해서 얼어붙은 손을 호- 호- 해가며 녹여주려 애를 썼다.

평소와 하등 다를 것 없는 맑음으로, 눈이 마주치면 웃어보이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지며 심장이 조여왔다.


아이는 큰 통증은 없다고, 그저 앉고 걷는 것이 불편할 뿐이라며 부던히도 날 달래려 어루만졌다.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주말 오후 늦은 시간대의 대학병원은 환자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아이는 내게 아무렇지 않다며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한 말투였다.

1시간이 넘은 대기 시간 사이에서도 친정과 시댁, 남편에게 전화를 돌리는 나를 보면서

아이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웃게하려고 장난을 쳤다.


못난 어미였다.

그런 어미를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아이의 아픔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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