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까미-1



이사 오기 전, 우리는 새까만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얼굴도 몸도 꼬리도 전부 다 새까매서 붙인 이름 "까미"


까미와의 첫 만남은 토토로의 퇴근길이었다

지하철과 가까웠던 터라 늦은 시간에도 막차를 타고 퇴근을 했던 토토로는

퇴근하는 길에 이어져 있는 공원을 산책하며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까미는 그 공원의 터줏대감이었다


토토로는 출근길에도 까미와 인사를 자주 나누었다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융단 같은 녀석이 추운 길에서 걷고 있는 것을 보고는

주인 몰래 산책이라도 나온 집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출근길과 퇴근길에 마주했던 까미는 토토로와의 잦은 인사로 애교를 부리고는 했단다


까미 이전에도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키웠었다

화자는 결혼 이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희봉이"라는 고양이를 키웠었고,

토토로는 동물과의 생활을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설탕이"와 "후추"라는 고양이들을 입양했었고

1호와 2호의 태명조차 고양이들과 맞춰보자며 "소금이", "슈가"로 지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고양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다



고양이들이 아무리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키우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양가 어른들의 극심한 반대에서도 우리 가족은 한결같이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가혹했다. 이사가 잦았던 우리에게는 냥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혔던 우리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설탕이 와 후추를 다른 집으로 입양 보내고는

다시는 동물들을 데려오지 않겠다며 아픈 마음을 추스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도록 지켜왔던 결심을 까미는 너무도 쉽게 허물고 가족으로 자리했던 아이였다


퇴근길에 까미와 인사를 나눴던 토토로는 그날따라 자신을 따라 공원 입구까지 쪼르르 쫓아오는 까미가 눈에 선하게 남았다고 했다

얼마만큼 강한 이끌림을 느꼈던 것인지, 머뭇거리며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는 토토로가 답답해서 내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냐며 물어봐야 했을 정도로 토토로는 깊은 고민을 했었다


조심스레 간택을 당한 것 같다던 토토로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그때까지도 까미와 인사를 하진 못했었다

궁금한 마음에 새벽 산책 겸 인사를 하러 갔었지만, 까미와 만나지는 못하고 돌아왔었다

까미에게 이미 정이 들어버린 토토로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럽고 애처로웠다


"다시는 아이들 안 키우겠다며?"


"그렇지, 내가 먼저 그랬긴 했는데..."


"결심이 흔들릴 정도로 눈에 밟혀?"


"아니야, 아니야... 잘 챙겨주는 캣맘이 계신 것도 확인했고, 당신도 알레르기가 심해지는데 굳이..."


일단 가자. 앞장서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나를 보며 토토로는 놀란 듯 쳐다보았다

피식- 웃어주며 옷을 주고는 데려오게 될 것 같다는 직감에 포근한 담요도 챙겼었다

우리 가족은 까미의 간택으로 인해 새로이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다

철옹성 같던 마음의 장벽이 까만 밤을 담은 아이로 인해 무너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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