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까미는 우리 집 곳곳에 숨어 있었다.
구석진 곳 어딘가에서 울지도 않고 숨 죽이며 사색을 즐겼다.
집 안의 그림자란 그림자는 모두 제 자리인 냥, 까미는 그렇게 닌자처럼 생활했다.
까미야~ 노올자!
아이들은 언제나 까미를 찾으며 숨바꼭질을 즐겼다.
좁은 곳이나 폭신한 곳, 침대 밑이나 이불더미 사이를 찾아 헤매며 까미에게 놀아달라 재촉하였다.
그러나 도도한 까미는 지나가는 구름만을 바라볼 뿐, 저 홀로 있는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
발자국 소리 하나 남지 않도록 조용히 그림자 속에 자리할 뿐이었다.
그런 까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토토로였다.
삑삑삑- 버튼소리가 울리는 새벽이 오면 까미는 귀를 쫑긋 세우며 눈에 박힌 보석들을 반짝였다.
어둠이 가득 내린 거실 구석에서 탓, 탓하는 소리와 함께 꼬리를 살랑이는 까미가 튀어나왔다.
"미야- 먀-!"
중문의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기 전부터 까미는 목청 높여 토토로를 불렀다.
마치 아기새가 어미새에게만 반응하듯이, 까미는 언제나 토토로에게만 반응하였다.
도도한 까미는 토토로에게만 무장 해제였다.
토토로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신이 난 듯 예뻐해 달라 아양을 떨었다.
간혹, 둘의 사이가 질투가 난 우리들은 토토로의 발 밑에서 식빵을 굽는 까미에게 투덜대었다.
까미는 그럴 때마다 옛다! 하는 느낌으로 꼬리를 살랑여 준다거나, 살며시 다가와 얼굴을 비비며
인기 유지를 했었다.
역시나 영리한 고양이었다. 자신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도 잘 아는 아이였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가도록 까미라는 아이돌과 살아왔다.
무한한 애정을 나누었고, 서로의 온기를 비비었고, 가족으로서 함께라는 기억을 공유했다.
하지만, 좋은 시간이 있으면 아픈 시간도 찾아오는 법.
이사 시기가 다가오면서부터 우리의 생활에는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까미와 함께 할 수 있는 집들을 알아보느라 진땀을 뺐다.
엄마... 까미도 같이 가는 거지? 까미는 내 동생이란 말이야.
특히나 아이들의 아픈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혹여 배가 고프지는 않을까,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매일 아침 까미의 밥을 챙겨주던 1호.
가족들이 집을 비워서 혼자 심심해했을 까미를 위해 하원하자마자 까미를 찾으며 돌아다니던 2호.
자신과 함께 바닥을 기어 다니며 꼬리를 내어주던 까미를 친구처럼 여기던 3호.
집이 작아지는 것을 개의치 않던 아이들은 까미와 함께 가지 못할까 봐 걱정을 했다.
토토로와 나는 현실의 벽이 높은 것을 한탄하며, 아이들에게 이별을 가르쳐야 하는 것을 속상해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앞으로는 절. 대.로 데려오지 않을 거야."
몇 번의 이별을 겪어오면서 토토로 또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만남은 운명처럼 다가왔지만, 이별 또한 우리 곁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현실을 맞닿드리게 된 우리는 이별의 시간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