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일어나! 학교 가야지!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
학창 시절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이었다.
아침에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면 들려오던 달그락 소리.
이불속에 몸을 웅크린 채,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고 있으면
통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여지없이 들려왔다.
아침이 온 것을 알면서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 많이도 모르는 채 하고 싶고, 안 들리는 척하고 싶었다.
그런 나의 성향을 닮아서일까, 아니면 학생들은 다 똑같은 것일까.
문을 열어 방 안을 보면 커다랗게 뭉쳐있는 애벌레 한 마리들이 자리해 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째깍째깍 제 갈 길을 가는 시간을 보며 야속한 소리를 해야만 했다.
"엄마... 배고파."
고양이 세수를 하고 왔나.
꼬질한 얼굴에 눈곱을 액세서리로 달은 채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아이들이 배고프다 칭얼댔다.
그러게, 엄마가 일어나라고 할 때 일어났으면 뭐라도 먹을 시간이 있지 않았겠니?
아침부터 퉁명한 소리가 튀어 나갔지만 엄마의 손은 쉬지를 않았다.
아침마다 과거의 나와, 과거의 내 엄마가 소환되었다.
입이 댓 발 나온 채로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구겨 신는 아이들의 어깨를 톡, 톡 친다.
짜증 서린 표정으로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에휴- 하며 한숨을 짧게 쉬고는
입 안으로 쏙, 들고 가며 먹을 수 있는 밥도그를 하나씩 넣어 주었다.
입 속에서 퍼지는 고소한 향내가 좋았는지 이내,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차 조심하고, 손 꼭 잡고서 다니고!"
문 앞에 서서 웃으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배웅했다.
그러고도 불안한 마음에 후다닥 창문으로 달려가 유리창을 열고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입 먹을 때마다 같이 서서 너 한번, 나 한번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오늘도 재밌게 놀고 와! 사랑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마음을 건네면, 손톱달 마냥 휘어진 눈매로 사랑해요! 답하는 아이들이었다.
과거의 나는 듣지 못했던 말, 과거의 엄마에게 전하지 못했던 답이었다.
1호와 2호를 배웅하고 있으면 다리 아래에서 작은 손이 옷을 잡아당겼다.
한 손으로는 옷자락을 쥐고 있고, 한 손으로는 눈을 비볐다.
작디작은 아이가 자신을 봐 달라 신호하는 것이었다.
"오구 오구- 잘 잤어요?"
"웅! 맘마!
잠결을 눈에 그대로 매단 채 품에 안겨드는 아이가 단호하게 내뱉은 말은 맘마였다.
푸훗!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아이를 토닥여 주고는 재빨리 밥그릇을 대령해야 했다.
형, 누나보다 배꼴이 큰 막둥이는 빨리, 빨리를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아침밥이 한 입씩 들어갈 때마다 애정을 반찬으로 올렸다.
작은 공간을 채워줄 때마다 마음을 공간에 그득히 채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엄마도 아침마다 나를 깨웠나 보다.
그래서 우리 엄마도 빈 속으로 가는 나를 슬피 보셨나 보다.
단, 한 번이라도 웃으며 먹었어야 했다.
감사하다, 고맙다. 한 번이라도 미소 지으며 대답을 했어야 했다.
학교까지 가는 길이 길지 않더라도 춥지 않게 갔으면 했던,
따스했던 애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너무도 부족한 아이였다.
속을 든든히 채우고 미소를 지어주며 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마웠다.
창가에서 흔드는 손이 홀로 외롭지 않도록
가던 길에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며 답 해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먹여 왔던 것은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이었지만,
아침마다 아이들이 남겨 준 것은 빈 그릇이 아니라, 그들만의 애정이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아침마다 내게 러브레터를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