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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사건, 사고



친구와의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던 1호.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기에 선생님과 상의하여 3일간 가정체험학습을 결정했다.


욱! 하는 것 때문에 그랬다.
화가 참아지질 않았다.
내 감정을 나도 모르겠다.
그냥, 다 짜증이 났다.


아이의 말은 변명으로 들렸으나, 감정 컨트롤의 이슈는 계속 있어왔기에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호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짜증이 많은 아이라고 선생님께 전해 들었던 말도 마음이 쓰였다.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짜증 하나로만 표현하는 것이 시발점인 것은 아닐까?

친구와의 다툼이 단순한 다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이라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가르쳐야만 했다.


2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학교에서 상담을 권유받았던 1호이기에, 마냥 혼내고서만 넘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자신 이외의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으려면

지금 초석을 잘 깔아서 다듬어줘야 한다고 느꼈다.


첫째 날에는 도서관이라는 차분한 공간에서 책으로 감정에 대해 이해를 시키려고 했다.

어떠한 감정들이 있으며, 감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문장들을 접하게 함으로써 아이가 글과 말의 예쁨을 느꼈으면 했다.

결과적으로, 1호에게는 맞지 않는 교육의 방법이었다.

다만, 차분한 공간 덕분에 '자신은 이럴 때 어땠을까?' 하고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둘째 날은 다른 감각을 통한 감정에 대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했던 것이 미술 전시관 관람!

야심 차게 기획하고 동선까지 모두 정했지만, 비 오는 날의 장거리 드라이브와 먹방으로 끝나버렸다.

오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빗소리와 함께 조잘거리는 아이의 말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래도 엄마랑 드라이브하면서 많은 감정들을 느끼긴 했어.
비가 와서 짜증이 났어. 비 오는 날이면 기분이 좋지 않거든.
엄마랑 단둘이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어.
이런 게 설렘이라는 걸까? 그리고...


아이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음식의 맛 표현을 하듯이 하나씩 꺼내었다.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미숙했던 1호가 속사포 랩을 하듯이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반나절동안 100km의 질주가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대망의 셋째 날. 이번엔 1호의 나 홀로 인터뷰였다.

근처 지구대에 가서 학교폭력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것이 1호의 미션이었다.

질문지를 함께 작성하고, 지구대 앞에 도착해서는 몇 번이고 혼자서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혹여, 아이가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괜찮아!
이번 기회에 나도 제대로 배워야, 앞으로는 엄마 걱정하게 하는 일을 안 하지!


다녀올게요! 하고 씩씩하게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보고,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대견했다.

아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지구대 안에서 나오시는 경찰관님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살포시 걸려있는 미소에 떨지 않고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손에는 질문지를, 한 손에는 음료를 들고 통통거리며 나오는 아이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차 문을 닫는 순간부터 아이는 재잘대기 시작했다.

어떤 경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자신이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이셨는지 설명했다.


"인터뷰를 해보니까 어땠어?"


아이는 잠시 말을 멈추며 차분히 단어를 고르려고 애를 썼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해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가 왜 인터뷰를 하고 오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어.

내가 뭘 잘못한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

근데, 경찰관님이 말해주신 내용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 다 들어가 있더라고.

알고 나니까 마음이 따끔거렸어. 내가 잘못했던 게 맞더라고."



마음이 따끔거렸다는 1호는 고개를 살짝 떨구며 미안하다고 했다.

3일 간, 우리의 동행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1호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잘못이 있다면 꾸짖는 것이 맞다. 그러나, 꾸짖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잘못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현실적인 처벌에 대해서도 가르치며,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번의 기억이 아이에게 깊은 깨달음으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아이가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가면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3일간의 동행으로 우린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기로 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엄마는 우리 1호가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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