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

by Gin

흐르는 물을 막아둔 둑처럼
내 안에 쌓인 감정은
폭우에 갈라지고
갓난아이처럼 입을 벌린 채
메마른 땅에 흘러내렸다

쌓인 응어리들은 검붉은 피고름이 되어
생각 속에 스며, 곰팡이 꽃으로 피어나
온몸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사랑의 언어도, 손길도, 숨결도
전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랐고
다가설 수 없었다
내 고름이 너에게 닿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마주 선 너의 눈동자 속
검보랏빛 포자가 천천히 번져가고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흘러간 감정의 강 위에서
나는 단단히 서서
마지막 숨결을 불꽃처럼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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