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버릴게 많이 남았지만, 일단 7박스의 옷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 17

by 김유정

지난 일요일에 남편과 함께 옷을 정리했다. 리빙박스로 7박스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무거운 짐을 옮겼더니 몸살까지 났다.

대신 옷장의 공간과 집의 깨끗함, 말끔한 기분을 얻었다.


7개의 쌓여있는 박스를 보면서 남편이 말했다. “이거 다 합치면 몇백만 원은 될 거야” 맞다. 그렇게 될 거다. 하지만 킬로당 600원에 팔기로 한 옷들은 25000원 남짓으로 내게 돌아왔다.

그래도 그렇게 처리해준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걸 다 버린다고 생각하니 더 아찔하기만 했다. 생각보다 옷 버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들고 가는 것도 헌 옷 함에 넣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옷을 비우고 나니 더러워진 집이 눈에 들어왔다. 열심히 집안을 청소하고 나니 이사 왔던 그 당시의 집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미니멀 라이프를 다룬 태국 영화 ‘너를 정리하는 법’을 봤다. 보통 휴대폰으로 영상을 잘 안 보는 나인데 출퇴근 길에 조금씩 봤다. 잔잔한 내용이지만 뭔가 울림이 있다.


주인공이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 위해 집을 정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정리하는 법을 찬찬히 소개해준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볼만하다.


특히 추억이 깃든 물건을 버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나도 발리에서 산 가방, 팸투어 다니면서 받은 에코백, 인도에서 산 전통의상, 앙코르 와트에서 산 알록달록한 바지 등 추억이라 부르면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었다’라고 말하고 다 보내줬다(버렸다).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추억이 있고, 버린다고 추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행복했던 추억은 마음속에 남기고, 쓰지 않고 쌓아두었던 물건은 다 버렸다. 혹시나 하고, 쓸지도 몰라라고 생각이 드는 물건도 일단 버렸다. 그런 것 치고 혹시, 언젠가 필요하지 않더라.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미니멀 라이프는 책, 옷을 다 버렸다. 다음 주에는 물건들을 정리해야지.


덧. 정리의 대가 곤도 마리에는 집안의 정리 순서를 옷-> 책-> 주방, 기타 등등의 물건을 정리하라고 했다. 해보니 그 순서가 좋은 것 같다.

keyword
이전 16화미니멀 라이프,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