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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정 Aug 13. 2023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을 수 있을까

구름이가 죽은지 한달이 가까워 졌다. 7월 17일은 월요일이어서, 일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의 나는 일을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벌써 한달도 안된 그날의 기억이 흐려진다. 


물론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순간도 있다. 


따뜻하고 말랑했던 아이가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시간들도, 그 차갑고 딱딱한 아이를 한시간 넘게 안고 가서 장례를 치렀던 일.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아 갔었는데 장례식장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보내지 못하고 울던 것과 결국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와서 하얗고 곧은 국화꽃을 안고 화장터에 들어가던 구름이의 모습. 그리고 새 하얗고 조그맣게 남은 유골들. 우리 구름이 얼굴이 그렇게 작은지 새삼 깨달았지. 


나는 종종 웃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일을 처리하고, 아주 가끔 사람들을 골라 만난다. 


"구름이가 떠났다. 너무 슬퍼."라고 말하지만, 이 허전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단어로, 어떤 말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다녀온 치앙마이에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우연히 듣고, 오는 내내 울고 말았다. 안다. 울지 말아야 한다. 안다. 울지 말고 씩씩하게 구름이를 보내줘야 한다. 안다. 구름아. 구름아. 구름아. 구름아. 


아직도 집에 들어오면 야옹하고 나를 반길것만 같고, 침대에 누우면 어느새 내 머리 맡에 같이 누워 있을 것 같다. 너의 보드라운 털, 쌕쌕 거리던 숨소리, 조그맣고 빠르게 뛰었던 심장 소리, 고소한 너의 냄새.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안다. 추억으로 묻어줘야 한다는 걸. 안다. 더이상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노랫말처럼. 

썼다 지운다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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