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겪어봤어.

당신도, 나도 상처투성이

by 이랑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또 당신들은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걸까.
힘들다고 표현하는데,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나는 그저 조용히 울 수밖에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려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나는 그 무게가 너무 버거웠다.



이 글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이 글을 찾아준 당신과 내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다는 걸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다소, 정돈되지 않은 내용일 것이고, 당신의 상처에 비하여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글로 적어 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렇게라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제 입장을 그저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인 특질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기억이 오래 남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분석하려는 버릇이 있어요. 사람에 대해, 나에 대해, 어떤 사건에 대해 그 과정을

기억하고 또 곱씹고, 되새김질합니다.

그것이 별것 아닌 상처를 더 깊게 새길때도, 복잡한 상황을 해결해 줄 때도 있었죠.


저는 그러한 특질을 다가올 상처에 미리 대비하게 했고, 비슷한 상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쓰게 만들었죠.
그래서인지 저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더 많은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습니다. 아마 그건, 상처를 품으려는

저의 작은 노력이었을 겁니다. 제일 오래된 기억은, 사실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았습니다. 평범한 가족, 평범한 친구, 평범한 학교. 하지만 그 안에서 저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선이 유난히 예민했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마음에 텅텅 비어, 그게 너무 버거운 그런 느낌을 받았죠. 전날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 당황스러웠죠. 이유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 기분은 종종 다시 찾아왔지만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겼죠.


어느 날, 정신건강 관련 평가를 보게 됐는데, 아마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려는 취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평가에서 결과가 꽤 높게 나왔습니다. 충격이었어요. 평가 항목을 보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라 생각 들었던 항목이 없었으니까요. 그 결과를 보는 순간, ‘아,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공허하고 벅찬 기분은 더 이상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 원래부터 있었던 ‘결함’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 그 판단이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시절의 저는 그렇게라도 선을 그어야 겨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문제가 문제를 낳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 지었기 때문에 사소하게 발생하는 다툼도, 불합리하게 오판되는 일들도 모두 ‘본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그러한 행동들이 습관이 되어 말버릇이 생겼고, 평범한 제 주변은 저의 말버릇을 대개 장난으로 생각하던지, 아니면 답답함에 해결책 제시를 해왔기에 주변에서 동떨어진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제 가장 오래된 기억이자, 상처의 시발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당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부분을 어필하고자 상세한 사건을 다루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불행으로 다투는 것이 아닌 같이 상처를 보듬어 갈 동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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