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버린 양초같은 사랑을 꿈꾸며
사랑은 유동적이다.
붙잡으려 해도 손틈새로 흘러버린다.
사랑은 또 견고해진다.
노력으로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당신과 나의 사랑은 굳어지고 단단해진다.
이따금 사랑은 촛불과도 같았다.
모진 어둠을 밝혀주고
데일 듯 뜨거워도 소중했으며,
망가진 심지에는 다시 불 붙일 수 없었던.
나는 다 타버린 양초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티격태격 엉겨붙으며 잔잔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당신의 미소를 생각하다보면
오늘도 나는 입꼬리를 치켜올린 채 촛대 위로 향한다.
나는 이윽고 바닥에 단단히 굳은
산등성이로 쌓인 촛농같은 사랑을 꿈꾼다.
당신과 나의 추억은 어떤 이에겐 하찮아보일지라도
굳은 것들 사이엔 웃음과 눈물이,
또 우리 함께 한 기쁨과 슬픔이 박혀있구나.
온전한 소진은 또 다른 시작이니,
나는 평생 당신과 굳어가련다.
더 단단하고, 더 잔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