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1

p14~16

by 강연우

역시나 번거롭다. 옷을 입은 채 다시 머리를 감아야 하다니...


그냥 이대로의 적당히 기름진 머리카락이 왁스를 바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손으로 두 세번 쓸어 넘긴 후 옷장을 열어 짙은 갈색코트를 꺼내 입고, 방을 나와 현관으로 갔다. 한 두사람이 서 있을 만한 작은 현관에는 슬리퍼 하나와 검은색 뉴발란스 운동화가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휴대폰과 지갑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다시 신발을 벗고 거실에 있는 티비 콘솔박스 위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병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10여분 정도의 거리로 평소라면 산책하는 마음으로 갔겠지만, 바람은 차갑고 몸은 무거웠다. 더욱이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집 앞 4차선 대로변을 따라 2블럭 정도 걷고 8차선 횡단보도를 건너자 동네 상가가 몰려 있는 중심 상업지구가 나왔다. 병원이 있는 건물은 8층 높이의 건물로 가려고하는 이비인후과는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잠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건물은 조용했고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땡’

정적을 깨는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4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닫힘 버튼을 따로 누르지 않자 엘리베이터의 문은 쉽사리 닫히지 않았다. 마치 나의 이번 삶이 끝나고 난 후에야 닫힐 것 같았다. 닫힘 버튼을 눌렀어야 했다는 후회가 몰려온 후, 그 뒤로도 한참이 지나서야 문이 닫혔다. 그래도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엘리베이터는 비행기 직항노선처럼 한번에 4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바로 앞에 이비인후과의 입구가 보였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 동네 환자들은 다 여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정사각형 모양의 대기실에는 12명정도 앉을 수 있는 등받이 없는 의자가 3면의 벽에 기대어 위치하고 있고 대기실 중앙에도 같은 의자가 나란히 2줄로 위치하고 있었다. 대기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앉아서 저마다 핸드폰을 보고 있었으며 몇몇은 서성이며 접수처 위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진료 순서를 확인하고 있었고 또 다른 몇몇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대기실을 가로질러 접수처로 향했다. 접수처에는 간호사로 보이는 2명의 여성이 있었는데, 한 명은 컴퓨터에 환자기록을 옮겨 적고 있는 듯하였고 다른 한 명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느 간호사의 업무가 먼저 끝나 나에게 말을 걸어줄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던 중 전화를 마친 간호사가 나를 보고 물었다.


“저희 병원 오신 적 있으세요?”

“............”

“여기 방문하신 적 있으세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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