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사자의 이야기
옛 생각에 잠시 잠겨 있던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병원에 갈 준비를 하였다. 몇일 전부터 ‘삐~’하고 작게 들리던 이명이 이제는 제법 커져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웅~웅웅~’
화장실로 가서 대충 세수를 하고, 이를 닦은 후 거울을 보았다. 거울속에는 앙상한 뼈에 생기 없는 살가죽이 덮인, 거세되기 직전의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웅~’하고 울리는 소리의 근원이 화장실의 환풍기 소리인지 자신의 귀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도 못하는 자이다.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나는 화장실을 나와 방으로 갔다. 방에는 1인용 침대와 붙박이장 그리고 노트북과 스킨로션 따위를 올려 두는 작은 책상이 있었다. 침대 밑 서랍에서 최근에 산 카멜 색상의 스웨터와 인디고 블루의 청바지를 꺼내 침대위에 올려 놓은 뒤, 책상 위에 있는 올인원 타입의 스킨을 대충 바른 후 옷을 입었다. 그리고 책상 옆에 한쪽 벽 다소 어정쩡한 위치에 걸어 둔 거울 속의 퀭한 모습의 나를 잠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머리를 감지 않은 걸을 깨닫고 머리를 감을까 잠시 고민했다.
역시나 번거롭다. 옷을 입은 채 다시 머리를 감아야 하다니... 그냥 이대로의 적당히 기름진 머리카락이 왁스를 바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손으로 두 세번 쓸어 넘긴 후 옷장을 열어 짙은 갈색코트를 꺼내 입고, 방을 나와 현관으로 갔다. 한 두사람이 서 있을 만한 작은 현관에는 슬리퍼 하나와 검은색 뉴발란스 운동화가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휴대폰과 지갑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다시 신발을 벗고 거실에 있는 티비 콘솔박스 위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