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는가?
저는 의미를 부여한 어떤 것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의미란, 설명되는 순간
그 관념이 고정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도(道)는 말하는 순간 도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그럼에도 저의 생각을 조금 더 전하고 싶은 마음에
책의 표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합니다.
책 앞표지에는 두 마리의 나비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훨훨 날아가는 나비고
또 다른 한 마리의 나비는 바로 고양이를 뜻하죠.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른 데는 여러 설이 있다.)
고양이는 잠에서 깬 듯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혹은 나비를 잡으려 뛰어오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죠.
여기서 나비는 꿈, 희망, 자유를 뜻해요.
장자가 말한 내가 나비인지 나비(고양이)가 나인지 언어유희입니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다시 나비(꿈)를 쫒습니다.
그럼 나비는 정말 잠에서 깬 것일까요?
아니면 아직 잠이든 상태일까요?
책 뒤표지를 보면 고양이가 창을 응시합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보고 있는 창너머는
경계 밖의 세상일까요?
아니면 경계 안의 세상일까요?
고양이는 외부의 세계를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부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과연 창 너머의 세계는 어떤 공간일까요?
해석은 언제나 보는 분의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날개를 보면 이런 그림이 있죠.
BERLIN, 1989.
그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분단의 상징이 사라지고,
1990년 마침내 독일에 평화가 도래했죠.
저는 이 역사적 시점을 빌려
평화에 대한 작은 기원을 담고 싶었어요.
이 모든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보신 뒤에도
그 의미가 닫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기를 희망합니다.
책 표지의 나비와 고양이, 창과 모자는
여러분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주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