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은 왜 버리기 힘들까?
오후 3시 30분, 철학자 칸트는 매일 같이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평생토록 산책 습관을 지켰고, 이를 어긴 적은 딱 2번뿐이라고 한다. 한 번은 프랑스혁명 때. 또 한 번은 장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느라 몰입했을 때.
오후 3시 30분에 산책을 나가는 게 뭐 어려울 게 싶지만, 그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죽했으면 매일 같이 뒷산을 오르는 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하겠는가.
물론 습관이 되면 쉽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습관은 만들기가 어렵고 나쁜 습관은 버리가 어렵다. 정말 정말로! 게다가 우리 두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지 못한다. 일단 반복행동을 생기게 되면 습관 패턴이 자동으로 전개되고, 그때부터 우리 뇌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걸 중단해 버린다. 뇌는 생각보다 게으르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말을 건네고, 잠을 자는 것 등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습관은 운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꿀 수도 있고 대체될 수도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찰스 두히그는 그의 책 <습관의 힘>에서 나쁜 습관은 왜 끊기가 어려운지, 습관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고, 또 습관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시콜콜 분석하고 있다.
두 어린 물고기가 나란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두 녀석은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나이가 지긋한 물고기를 만났습니다.
그 물고기는 어린 물고기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고는
"안녕, 물이 어떠니?"라고 물었습니다.
어린 물고기들은 어른 물고기를 지나쳐서
계속 헤엄쳤습니다.
마침내 한 녀석이 옆 친구를 바라보며
"물이 뭐야?"라고 물었습니다.
여기서 '물'은 '습관'이다.
우리를 항상 에워싸고 있는 것으로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것이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눈여겨보려고 할 때에만 보이기 시작한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물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자신의 습관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습관은 의식적으로 살피지 않으면 좀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찰스 두히그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습관은 3단계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고 한다. 신호와 반복행동 그리고 보상. 만약 자신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혹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자신이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다음 어떤 경우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신호를 확인하면 된다. 대부분 특정 시간이나 장소, 함께 있는 사람 등의 영향으로 특정한 행동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오후 3시만 되면 간식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다음 어떤 열망이 특정한 습관을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이런저런 보상으로 실험해 보라. 그리고 특정한 행동을 하려는 신호가 나타날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라. 이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단음식을 몹시도 좋아한다. 일하다가 막힐 때는 습관적으로 초콜릿이나 달달한 과자를 찾았다. 가뜩이나 운동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람이 단음식을 즐기니 당연히 체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뱃살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조깅이었고, 동시에 '초콜릿, 과자, 라면, 탄산음료' 등을 끊었다. 조깅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하려고 노력했고, 초콜릿이나 과자를 끊은 빈자리는 견과류로 채웠고, 라면과 탄산음료 자리는 과일로 채웠다. 처음에는 몹시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몸에 배었고 자연스러워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심 습관’이다. 핵심습관은 말 그대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주된 습관이다. 나에게는 조깅이 핵심 습관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인스턴트 음식을 끊는 것은 생각보다 쉬었다. 기껏 운동하고 땀 흘리고 왔는데, 아까워서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기가 싫었고,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었다.
그럽게 습관을 바꾼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끈질기다. 최근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가까운 곳에 달달한 과자가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다시금 과자를 찾기 시작했다. 잠자고 있던 옛 습관이 고개를 들려고 한다.
습관은 단순히 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운명에도 기여한다.
곧 여러 도시가 펩소던트 광고로 도배되었다. ‘혀로 당신의 치아를 느껴 보십시오. 필름이 느껴지실 겁니다. 당신의 치아에서 하얀 빛깔을 빼앗아 가고 충치로 발전시키는 주범입니다.’
또 다른 광고판에는 미소 짓는 미녀들 옆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주변에 아름다운 치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십시오. 지금 수백만 명이 새로운 치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이면서 왜 그대의 치아를 뒤덮은 거무튀튀한 필름을 방치하시는 겁니까? 펩소던트로 그 필름을 제거하십시오!’
펩소던트는 신호를 찾아냈고, 보상을 제시했다. 그 덕분에 미국인의 7%만 사용하던 치약을 10년 후 65%가 사용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나쁜 습관 하나를 버리고,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것! 우리의 삶에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 감기와 특집방송이 겹쳐 오늘에야 발행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 주까지만 화요일에 발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