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임머신

SF소설의 고전

by 효문

만약 시간여행이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볼까? 만약 딱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과거로 돌아가서 바보 같은 행동을 했던 과거의 나를 야단치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미래로 가서 로또 번호를 알아와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까?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에 등장하는 주인공 '타임 트래블러'는 놀랍게도 80만 년 후의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 8년이나 80년도 아니고, 80만 년 후라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 어마어마한 시간 후까지 궁금할 수도 있구나. 어쩌면 그는 '인간의 진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허버트 조지 웰스는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의 제자이자 열렬한 추종자였다고 한다. 헉슬리는 찰스 다윈의 지지자로 [종의 기원]을 적극 옹호했던 인물이다. 그 영향이 소설 속 '엘로이와 몰록'으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임 트래블러가 만난 80만 년 후 인간은 두 종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엘로이와 몰록으로. 지상에서 살아가는 엘로이는 남녀구분이 없다. 키는 120cm밖에 안 되는 친절한 존재다. 한없이 평화롭지만 지적으로 퇴화한 유약하고 가녀린 존재다.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몰록은 육식을 하는 강인한 존재로 노동을 하고 기계를 관리한다.






지적 융통성은
변화와 위험과 번민에 대한 보상 작용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자연법칙입니다.
주위 환경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동물은
완전한 기계장치죠.
습관과 본능이 쓸모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연은 지성에 호소하는 법입니다.
변화가 없고 변화할 필요도 없는 곳에는
어떤 지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없이 다양한 필요성과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동물만이
지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80만 년 후의 세상에 도착한 타임 트래블러는 '타임머신'을 잃어버렸고, 우여곡절 끝에 몰록에게 도난당한 타임머신을 되찾는다. 그런데 그는 현재로 돌아가지 않고 더 먼 미래로 나아간다. 지구의 마지막 시대로.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다음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자.


하버드 조지 웰스는 영국의 하층 계급 출신이다. 아버지는 정원사 겸 상점주였고, 어머니는 하녀였다. 그가 10대였을 때 어머니가 귀족의 대저택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귀족들은 지상에서 생활했고, 하인들은 지하에서 생활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지하의 하인 공간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 기억에서 기상에서 살아가는 엘로이와 지하에서 살아가는 몰록이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는 '시간 지연'을 경험한다고 한다. 스콧 켈리는 2015~2016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1년간 머물렀을 때, 그의 쌍둥이 형제 마크 켈리는 지구에 머물렀다. 둘의 유전정보와 신체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더니, 스콧 켈리는 지구 시간보다 약 0.005초 덜 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속도가 빠를수록,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스콧 켈리는 빠른 속도로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선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늙었던 것이다.


반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도 '글쎄'이다. 일단 그 유명한 '할아버지 패러독스'라는 딜레마가 생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를 죽이면, 부모가 태어날 수 없고, 부모가 태어나지 못하면 나도 존재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과거에 와서 행동하고 있으니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고 했을 때, 미래의 내가 다시 과거를 바꾸면,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흐른단 말인가?


80만 년 후의 시간까지 여행하는 타임 트래블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 나는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발이 뜨겁다. 결국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인가.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