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롭게 쓰는 '스탕달의 연애론'

동서고금의 공통 관심사 '사랑'

by 효문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서 한평생 진실한 연애 한 번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은 인생에 대한 모독이요 죄악이다.' 소설가 이외수의 이 책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대사회는 '인생을 모독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사랑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뭔가가 있는, 그래서 차마 사랑에 한 눈 팔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100개의 이름을 가진 남자 '스탕달'

스탕달의 본명은 '마리 앙리 벨'이다. 필명 '스탕달'은 독일의 소도시인 '슈텐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슈텐달은 18세기 후반 독일 고전주의 예술에 큰 영향을 준 미술사가이자 고고학자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고향이다. 스탕달은 빙켈만을 깊이 존경해서 그에게 바치는 경의로 필명을 '스탕달'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스탕달의 필명은 무려 100개가 넘는다. 자신을 감춘 채 '다양한 자아와 시각'에서 글을 쓰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정적으로 글을 쓰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했던 남자 '스탕달'

파리 몽마르트르에 있는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리고 베일, 밀라노 사람.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고, 치열하게 집필활동을 하면서 '연애론'을 비롯해서 '적과 흑' '파르마의 수도원' '어느 여행자의 수기' 같은 작품을 남겼다. 사랑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스스로를 '땅딸막하고 보기 좋지 않다'고 평가할 정도로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삶에서도, 글에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군인이었던 스탕달은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저널리스트 활동하면서 글을 썼다. 이 책 <연애론> 그의 나이 44살, 1822년에 썼다. 특히 밀라노에서 만난 여인 '마틸드 디 쿠생'은 스탕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남편과 별거 중이던 두 아이의 어머니였던 마틸드. 스탕달에게 마틸드는 이상적인 여인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했지만 마틸드는 받아주지 않고, 끝내 마틸드의 죽음으로 스탕달의 사랑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고통스러웠던 사랑의 경험이 이 책 <연애론>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스탕달은 이 책에서 사랑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정열적인 사랑, 취미로 하는 사랑, 육체적인 사랑 그리고 과시적인 사랑. 어떤 사랑을 하든, 모든 사랑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번의 결정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잘츠부르크의 소금 광산 깊은 곳에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던져 넣어두고
서너 달 때쯤 뒤에 꺼내보면
나뭇가지가 온통 반짝이는 소금 결정들로 뒤덮여 아름답게 빛난다.
소금 결정이 원래의 평범한 나뭇가지를 가려
다이아몬드 가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결정 작용이란
상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건, 어떤 행동을 하건 상대를 아름답게 미화해서 보려는
정신적 작용을 가리킨다.
(...)
그녀는 사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즐거움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결정작용이 일어난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다이아몬드처럼 확고해지는
새로운 결정작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
"그녀가 아니면 안 돼!"
이것이 바로 사랑의 진리다.



1822년에 쓴 연애론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의 공통의 관심사이자, 모두의 인생을 아우르는 핵심 주제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완벽한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와 똑같은 상태로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완벽한 음악만큼 강렬한 행복감을 주는 것은 세상에 없다. 또한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을 사랑으로 이끄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나폴리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완벽한 음악이나 연극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 <제16장 완벽한 음악과 사랑의 상관관계 - 사랑만큼 강렬한 행복감을 주는 음악>


르 캥의 무대를 처음 보는 젊은 여자들은 솔직히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그에게 매료되고 만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가 여자들을 울리고 웃기기 때문이다. 단언하건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르 캥에서 빠지지 않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물론 그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처음 얼마간은 여전히 그가 못생겨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 여자들의 마음에도 신경학적 영향을 미치게도 된다. 그가 못생겼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여자들은 열광하며 이렇게 외친다. "정말 잘 생겼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성격, 다시 말해 정신적 습관의 표현이다. - <제18장 진정한 아름다움 - 좋은 성격이 멋진 외모를 이긴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하나. '아, 연애하고 싶다.'

둘 '나도 연애의 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셋 '하지만 현실은 책과 다른 법이지'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