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르잖아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19

by 효문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주 가던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저기 골목 끝에 순두부집 있었잖아. 한 번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없어져 버렸네."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 나는 얼른 속으로 대답했다.

'나는 먹어봤어요. 그런데...'


다음 말은 나의 속엣말보다 나란히 걷던 여성의 말이 더 빨랐다.

"안 먹어봐도 돼"

"먹어봤어?"

"나는 안 먹어 봤는데, 필라테스 회원들 말이 순두부찌개랑 전골이랑 다 먹어봤는데 진짜 맛없대."


진짜를 몹시도 강조한 그녀의 말에 나도 격하게 동의했다. 처음 순두부찌개 집이 생긴다는 광고판을 봤을 때몹시 반가웠다. 순두부를 좋아하기도 하고, 집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지나다 보니 식당은 마침내 공사를 끝내고 개업한 상태였다. 나는 얼른 들어가서 순부두찌개를 지켰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을 때 머리 위로 물음표가 둥실 떠올랐다. '순두부를 시켰는데, 이게 뭐지?' 한 숟가락을 떠먹었을 때는 물음표들이 불꽃놀이를 벌였다. '이게 무슨 맛이지? 음식 솜씨 없는 엄마가 끓인 찌개같은데, 왜 식당에서 팔지? 내 입이 이상한가?'

일단 비주얼부터 낙제였다. 붉은 고추기름이 먹음직스럽게 막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모습이 아니라 허여 멀갰다. 그릇도 뚝배기가 아니라 라면 그릇이었다. 일단 보기에 좋은 떡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치 냉장고 파먹기라도 한 것인 양 각종 채소가 순두부와 함께 듬~뿍 아주 듬~~뿍 들어있었다. 덕분에 순두부찌개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심지어 간도 맞지 않았다. 물론 간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맞다, 안 맞다'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평균값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결론인즉 나는 그때 한 번 간 이후로 다시는 찾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 지난 후 순두부집은 고깃집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여전히 손님은 없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바라보면 넓디넓은 식당이 휑하다.


왜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것일까?


언젠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마하겠어? 다 자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출마할걸." 가능성이 0은 아니니까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지도 모르겠다.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 이 역시 가능성이 0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복권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나' 하는 바람은 '역시나'로 끝나기 마련이다.


웬만해서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컥 일부터 벌이는 것은 '나는 남들처럼 역시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근거 없는 생각으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불행 진다고 해도 나는 아닐 것 같고, 남들이 카페나 식당을 개업해서 망한다고 해도 나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착각이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행수를 바라며 도전하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무모한 객기이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이런 객기를 부리지는 않는다. 십중팔구 주위 사람들의 돈을 끌어다 일을 벌이기 때문에 함께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삶까지 고단하게 만든다.


요행은 어쩌다 한 번 복권 살 때나 기대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에 대한 보답을 당장 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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