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을 망치는 이유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16

by 효문

비 오는 날에는 파전!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정보일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똥손이어도 망치기 힘든 음식 가운데 하나가 파전이다. 간을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손맛이 필요한 음식도 아닐뿐더러, 신발도 튀기면 맛있어진다고 하는데 기름에 부쳐낸 파전이야 말해 뭐 할까. 신선한 재료와 부침가루를 넣고 물의 양만 적당히 맞춰주면 그럴싸만 파전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파전을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였다. 다른 방문객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고, 친구는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식탁 위에는 바닥에 떨어뜨렸다가 주운 것 같은 못생긴 파전이 놓여 있었다. 친구의 요리실력이 눈물겹기도 했지만, 조급함이 불러온 참사였다. 팬 위에 반죽을 올려놓고 바닥면이 채 익기도 전에 급하게 뒤집으려고 하면 십중팔구 찢어진다. 찢어진 파전은 고수가 아닌 이상 수습불가. 모양이 망가지고 이리저리 뭉쳐서 못난이 파전이 된다.


필요한 시간을 참고 견디지 못하는 조급함은 언제나 화를 부르고 실패를 부른다.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못 기다려서 덜 익은 면을 먹고, 벽에 고리를 붙이고 접착제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코트를 걸었다가 고리가 떨어지게 만들고, 영상을 1.5배속으로 돌려보거나 스킵해서 보느라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디 그분일까? 영어공부를, 운동을, 하모니카를, 수영을 시작했다가 빨리 실력이 늘지 않아서 포기한 경우도 부지수다.


조급한 마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00개를 시작만 하는 것보다 1개를 온전히 끝내보는 것, 경지에 올라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하나의 성공은 다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100개의 시작은 그냥 시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던 완성을 이루고자 한다면 혹은 어느 경지에 올라서고자 한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우직하고 성실하게 나아가야 한다.


우보만리(牛步萬里)
느린 소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

느린 소걸음으로 만리를 가고, 느린 거북이걸음으로 토끼를 이기는 법이다. 100미터 달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아닐 것이다. 우사인 볼트가 올림픽에서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그는 분명히 우직하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 것이다. '이루어짐'은 반드시 '성실함'을 전제로 한다.


우주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 존재의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법칙이 바로 성실할 '성(誠)'자입니다. 즉,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성실함을 통해 이루어졌고, 성실함을 통해 존재하며, 성실함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우주는 그 자체로 작은 입자들이 쉬지 않고 쌓인 성실함의 결정체이며, 높은 산도 한 줌의 흙과 돌이 성실하게 뭉쳐져서 만들어진 존재이며, 저 넓은 바다도 한 방울의 물이 성실하게 모아져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중용]에 보면 성실함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는 원리이며, 성실함의 없다면 그 어떤 존재도 있을 수 없다는 글이 나옵니다.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성실하다는 것은 모든 만물의 끝과 시작이다. 그러니 성실하지 않다면 존재도 없다.
- 박재희의 [3분 고전 2] 중에서


한 줌의 흙과 돌을 성실하게 뭉쳐 산을 만들어내는 자연처럼 노력과 노력을 성실하게 뭉쳐보자. 초고속이나 한방 같은 단어들은 접어두고 우직하게 해 보자. 분명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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