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기울어진 세상

by 아무나

한 방향으로 생각이 흐른다

모든 생각이 한 사람에게로 고인다

시선도 몸짓도 모든 감각이 기울어져 있다


기우뚱해진 세상에 서서

그를 향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나는 힘껏 의자의 등받이를 잡고

커피가 올라간 트레이를 잡고

계단의 난간을 잡고

간신히 손을 흔들어 안녕을 고해

기울어진 세상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집에 오면

텅 빈 방에 오면

다시 세상이 기울어진다

잘 들어갔는지 즐거웠는지

귀를 기울여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온 몸을 기울여 목소리 사이의 숨소리도 듣는다

단 한순간도 기울어있지 않은 때가 없다


그러다 튕겨 나가듯

그라는 중력이 사라지면

나는 갑자기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기울어짐이 익숙한 채 살던 나는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세상의 축에 적응하지 못해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나는 홀로 된 세상을

천천히 난간을 붙잡고

떨리는 손으로 트레이를 잡고

힘주어 의자를 잡고 앉는다

사라진 중력이 환상처럼 내 몸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