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맑은 태풍

by 아무나

날이 이렇게 밝은데 나는 우산이 필요합니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나는 돌연히 부는 바람에 혼자 날아갑니다

나는 지금 중심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맞서 나는 있는 힘껏 서 있습니다


나는 우산이 필요합니다

내가 서 있는 세상에만 비가 옵니다

폭풍우가 칩니다

불어오는 돌풍에 말이 되지 못한 수많은 문장들이

찢어진 신문지처럼 휴짓조각처럼 날아와 나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우산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산으로도 막지 못하는 바람을 가르며 내가 걷습니다

나는... 나는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내가 눈을 뜨고 보고 있는 이 공간조차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나 혼자만 이 맑고 아름다운 가을날에

태풍 속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