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그 사람의 곁에 앉아 듣는다
그 사람의 말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린다
나는 그 소리와 소리 사이에 들어 있는 떨림과 미처 다 쓸어 담지 못한 감정과
차마 다 말하지 못하고 끊어버리는 숨소리를 듣는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듣다가
어느새 나는 그 사람의 자리에 앉아 있다
내 눈동자에 그 사람의 눈동자가 들어 있다
그 사람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앉아 있는 내가 흔들린다
나는 어느새 내 반대편에 앉은 그 사람이 되어
그가 서 있는 폭풍 속에서 몸을 떨고 있다
마침내 그 사람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에야
나는 다시 스르륵 맞은편의 내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그가 던진 폭풍의 씨앗이 내 마음에 날아왔기에
나는 대답 없이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