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폭풍을 풀어쓰다

by 아무나

그 글은 폭풍과 같아서 처음 종이 위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나 격렬했습니다

너무 격정적은 처음의 글은 나의 세간살이와 당신의 삶의 기초마저 흔들릴 정도로 거셌습니다


그래서 나는 글을 풀고 또 풀어썼습니다

했던 표현을 또 하고 또 하면 지루해지는 것처럼

폭풍이 불고 불다 보면 그 세력은 연하여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나의 글은 몇 장의 종이를 잉크로 범벅인 후에야 잠잠해지고 가늘어져 갔습니다

그제야 나는 준비해두었던 좋은 종이를 꺼내 당신에게 쓸 글을

조근조근 써 나갈 수 있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고 잠잠해진 새벽녘

가는 비, 푸른 안개 사이로 태양이 아스라이 밝아오듯

이야기가 평온하게 페이지 한 장을 가득 채우려다

차마 다 채우지 못하고 멈춥니다


적당히 따른 물컵의 물처럼

많지도 적지도 않게 채워진 편지지가 곱게 접혀 깨끗한 봉투 속에 들어갔습니다.

아아. 그 안에는 몇 날 며칠의 씨름이 들어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