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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Jan 28. 2020

콜럼버스 - 건축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가

대칭성이 주는 마음의 평안

콜럼버스는 한국계 미국 배우 존조 주연의 건축물 힐링이라는 다소 낯설고 흥미로운 장르이다.


해외에서 삶을 결심하면서, 인종차별이나 해외에서의 아시안으로서의 삶을 미리 알고 싶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배우가 바로 한국계 배우 존조였고, 그가 미국에서 한국계로써 살아남기 위해 했던 일화들과 과정들이 알게 되면서 마음 아프고 존경스러웠다. 그러다가 존조가 나온 영화를 하나둘씩 보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그가 주인공으로 나온 콜럼버스는 정말 수작이었다. 






담담하고, 잔잔하고, 조용하다.


나는 힘들고 마음이 어수선할 때 봤던 영화 중에 조용하고 평화롭고 따뜻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즐긴다. 일명 두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화인데 영상미가 수려하고 잔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언어의 정원이라거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잔잔한 영화들. 그런데 이 영화가 바로 두 번 보아도 괜찮은 영화였다.





건축물이 힐링이 될 수 있는가? - 대칭의 미학


콜럼버스는 건축물 힐링이라는 다소 낯설고 흥미로운 장르이다.

그리고 모든 씬의 구도가 굉장히 정적이다. 마치 건물처럼, 그리고 건물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구도에 사람을 배치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마치 주인공이 건축물이고 인물들이 그 배경인 것만 같다. 인물을 따라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씬은 거의 없다. 또한 거의 모든 장면이 놀라울 정도로 대칭을 이룬다.



사람이 중심이 아니다. 건물이 중심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부분이 약간 낯설었다. 이토록 정확히 딱 떨어지는 대칭은 현실에서 잘 없다. 하지만 건축물에서는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건축물을 사랑하는 감독은 이런 부자연스러운, 하지만 정확히 대칭이기에 사람들에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구도를 사용하였는지도 모른다.






사진의 구도 - 앨범 같은 장면들


실제로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양편의 나무를 중심으로 한 멀리 뻗어나가는 길, 혹은 안정감 있게 자리한 탑, 사진 구도상 알맞게 자리 잡은 다리 모양 건축물 등을 보여준다. 그렇다 사진이다. 이 영화는 사진을 이어 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건물이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구도에서 인물이 자연스럽게 대사를 주고받는 일련의 아름다운 앨범과 같다.







대칭과 비대칭이 주는 서사


하지만 재밌게도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건물은 대칭성이 약간 깨어진 건물이다. 불균형 속에서 균형을 찾는다. 인물이 거의 최초로 말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진과 케이시는 약간의 대칭을 이룬다. 자신을 소홀히 한 외부모 밑에서 자란 상처 그리고 자신의 꿈과 의지와 상관없이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것.


하지만 건축이라는 중심으로 둘은 상반되는 점을 지닌다. 건축에 매료된 아버지 때문에 늘 소외되었던 진. 어머니로 인한 상처를 건축을 통해 치유하였던 케이시.


영화에서는 이 차이를 두고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위로하기도 다투기도 하며 호감에서 우정으로, 그리고 우정 이상으로 발전한다.







놀랍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진은 후회가 많고 아직도 연약한 부분이 있지만 성숙한 어른으로써 케이시를 감싸주고,

케이시는 그러한 진에게 기대기도 하고 그가 한평생 미워해왔던 아버지로 대표되는 건축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치유하는 관계가 된다.





조용하고 담담한 결말



여름의 짧은 기간 동안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다른 두 사람이 깊이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 그리고 서로를 치유하고 성숙해진 두 사람이 마침내 하나는 서울에서 온 완전한 이방인으로써 콜럼버스에 남고, 하나는 콜럼버스 토박이에서 이곳을 떠나게 된다. 아름답고 담담하게 헤어지는 것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마지막 결말마저도 묘하게 거울상과 같아서 결말마저도 완벽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건축물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추천

- 블록버스터 영화나 액션과 스릴러에 질린 사람들

- 한 여름의 잔잔한 일상물, 플라토닉한 관계

-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건축으로 힐링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







*코고나다 감독


영화를 다 본 뒤 감독이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감독의 이름은 코고나다. 다소 독특한 이름이었는데 이 분도 역시 한국계 분이셨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는데, 다음 영화가 기대되게 만드는 작가/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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