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의 동거
"엄마, 치킨이 좋아 돼지고기가 좋아?"
월요일 퇴근을 앞두고 분주한 시간 둘째가 전화 와서 물었다.
무언갈 사 오려고 묻는 질문 같은데 섣불리 대답했다간 낭비가 될 수도 있고, 낭패가 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썩 좋은 패는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음, 엄마는 둘 다 좋은데, 왜 무슨 일이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엄마는 뭐가 좋아 둘 중에 하나 골라봐"
"음, 엄마는 글쎄,,"
설마 생삼겹살을 사 오려고 그러나, 아니면 치킨을?
용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뜸 들이는 사이 둘째가 먼저 대답한다.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 끊어"
초등학교 3학년 주머니에 뭐가 두둑해봤자 두둑하다고 치킨이든 삼겹살이던
제가 원하는 만큼 두둑이 사지는 못할 텐데,
궁금함 보다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퇴근했다.
집으로 가니 아무도 없는 집에 둘째가 먼저 와있었다.
"엄마! 이리 와봐 얼른 와"
둘째가 반갑게 맞았다.
어질러진 식탁 위에 동그란 은박지로 싼 작은 무언가가 올려져 있고
그 옆 아일랜드 식탁 위로 동글납작한 새로운 가습기가 틀어져있었다.
"이게 다 모야?"
"얼른 와, 우리 둘 만 먹자"
조그만 손으로 은박지를 돌돌 까열어 갈색의 작은 통닭 한 마리를 빼꼼 보인다.
"어머나!"
아파트 단지 앞에 트럭아저씨가 파는 전기구이 통닭이다!
통닭과 함께 삼겹살도 덩어리로 구워 파는데 그래서 둘 중 하나를 물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 통닭이라면 용돈으로 살만한 가격이다.
둘째는 마치 내가 하듯이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 내입에 넣어준다.
"아빠랑 누나 오기 전에 우리 둘이 다 먹자"
연신 배가 고팠는지 퍼다 준 밥에 김치를 올려 둘째는 허겁지겁 잘 먹는다.
"엄마 회사에 가습기 고장 났지? 저거 내일 가져가"
다이소에서 사 온 가습기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은 이런 기분일까.
어제 아빠 친구를 잠시 만나고는 만원 한 장 받아 온 것 같았는데 아무 말 없더니
돈의 출처는 알 필요 없다면서 연신 오물오물 맛있게 먹으며 내 앞에도 놓아준다.
있었네.
생겼네.
다 큰 내 밥 숟가락 위에
맛있는 반찬 올려줄 사람.
내 사랑 효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