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의 동거
호다다다닥 탁,
새벽시간일까 아직 늦은 밤일까, 침대 사이로 또 무언가가 들어온다.
털이 수북하고 동글 딱딱한 것이 팔을 스치고 올라와 통통하고 따뜻한 손가락이 나를 잡는다.
둘째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아직 혼자 자는 게 무섭다.
자장가 두곡에 토닥여주고 기특하게 밤인사를 나눈 지 몇 시간은 지났을까.
호다다다닥 빠르게 걸어오더니 쑥 하고 옆에 눕는다.
"밤에 그렇게 푹 못 자면 키 안 커, 푹 자야지,
옆방에 누나 있고 안방에 엄마아빠 있고 이 집은 언제나 안전한걸?"
대답이 없다.
앞으로도 오겠다는 심산이다.
다리도 삐죽 발도 삐죽 많이 자랐다 싶지만
고맙게도
아직
나를 찾는다.
아이가 스스로 몸을 가눌 때쯤 잠이 들면 알게 되었다.
아이는 보이지 않는 나와의 연결고리를 믿지 않는다.
자신의 발하나 손하나 머리끝을 나에게 꼭 붙여
보이는 연결고리를 지어댄다.
스스로 연결고리를 지어댈 만큼 몸을 가누지 못할 적에는
울음소리로 나를 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나보다 먼저 우리를 이었다.
곁에서 잠이든 아이의 뽀얀 얼굴을 한번 보고
아이의 이마를 쓸다 다시 잠이 들면
잠이든 아이는 발로 내 옆구리를 꾹꾹 누르기도
다리하나를 내 몸위로 척하니 걸치기도 하며
나를 수없이 깨운다.
저릿한 느낌에 아이의 다리를 쓱 밀어 내려보고
걸쳐지는 팔도 다시 내려보고
눌려대는 머리를 슬쩍 방향을 바꿔줘 가며
아직도 나를 찾아준다는
고마운 마음도 같이 밀어대며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꼭 키가 쑥쑥 크도록 안방으로 뛰어오지 마라며 타일러 본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밤새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아이도 나를 깨운다.
'왜 오늘은 안 오지, 잘 자고 있나'
나를 꾹꾹 누르지 않고서도 아이는 나를 깨운다.
아침이 오면 아이를 꼭 안아준다.
아이는 간밤 내 옆으로 뛰어오지 않은걸 영웅담처럼 늘어놓는다.
"어제 새벽에 잠깐 깼거든? 그런데 그냥 눈을 꾹 감았어, 키 크려고 다시 잠이 들었어"
"우와, 대단하다 우리 아들!"
"엄마, 나 저기 옆에 엄마 옆에 자도 돼?"
초등학교 5학년, 딸은 잠이 들었다 나쁜 꿈을 꿨는지 천천히 걸어와 옆에 서서 잠든 내게 조용히 묻는다.
'엄마'라는 그 단어는 내 이름도 아닌데
어떤 깊은 잠에도 나를 깨운다.
"당연하지, 얼른 누워 얼른 자"
그냥 척하고 곁에 누워 자면 될 것을
꼭 '엄마'를 한번 불러 묻고 눕는다.
숱한 밤, 후다닥 달려와 척하고 곁에 누워 잠드는 3학년 둘째와
드문 밤, 꿈을 꾸었는지 천천히 걸어와 조심히 묻는 첫째
닮은 얼굴을 하고 또 다르다.
다음날 저녁 잠들려는 첫째의 곁에 누워본다.
"어제는 갑자기 불안해졌어,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 갔다 다시 누웠는데 마음이 많이 불안한 거야,
엄마 옆에 가고 싶었어, 그래서 갔어"
"그랬구나, 우리 딸,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 하고 물어보지 말고 그냥 빈자리 없나 쓱 보고는 턱 하니 누워 자버려,
그럼 엄마는 킁킁 우리 딸 왔네, 하고 반기며 다시 잠이 들 거야. 알았지?"
딸은 킁킁하는 소리에 웃으며 "응" 하고 대답한다.
첫째와 둘째,
그들이 깨워대는 많은 밤을 지내며
나의 손이 달랐을까, 나의 목소리가 달랐을까,
앉는 식탁이 달랐을까, 들어서는 현관이 달랐을까,
지나가는 계절, 넘어가는 해마다 반뼘씩 길어진 옷이 달라서였을까.
닮은 얼굴을 하고 닮은 웃음을 지으며
다른 발걸음인 두 사람
첫째와 둘째,
다른 두 개의 다른 발걸음이
고맙게도
아직
나를 향한다.
언젠가 돌아설 그 발걸음이
어느 발걸음이든 가벼이 되도록
오늘 밤도 그들을 꼭 안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