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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쭈 Aug 08. 2023

1-2. 힘든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요

작은 감정 찾기를 통한 WAI

심리적으로 힘이 들 때 작은 감정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감당하지 못할 힘듦까지 이어져 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내가 왜 힘들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삶에는 갑작스럽고 큰일이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 중병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거나 오랫동안 계획한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엎어질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외에 소소한 감정들은 충분히 더 큰 감정으로 번지지 않게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 작은 불씨가 큰 불을 만들어 내듯이 작은 감정부터 하나씩 살펴보는 연습이 이유도 알 수 없는 어려움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WAI(Who Am I)는 작은 감정부터 챙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 일기, 가볍게 털어놓을 메이트 이 두 가지가 '열쇠'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제일 하기 싫었던 숙제 중 하나가 일기였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하루를 적는 게 얼마나 귀찮던  지... 전날 밤에 머리를 쥐어짜서 그림 70 글 30 비율의 일기를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기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너무 기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어른이 되어 일기를 쓰는 습관을 지니고 살다 보니 '일기'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가볍게 2행시로 적어봤다.


'일'단 글로 정리해서 '기'억을 감정으로 표현해 보는 것.  

   

그러나 우리가 ‘일기’를 쓸 때 생각해 보면 나열에 의존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먹었고... 바로 기억하기 쉬운 것부터 적는 것이 빨리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낸 10명이 있다면 누가 썼는지 모를 만큼 사실에만 주목한 일기. 이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일기를 적는 것일까? 일상 속 소소한 감정을 잡아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왜? 행복했을까?

여느 때보다 주체적 삶이었다.

나를 위해 몇 달 전부터 미리 시간을 락킹 해두고 하루하루 계획하고 온전히 투자했다.

스스로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했던 시간 그래서 좋았나 보다.    

 

최근에 쓴 나의 일기다. 생각보다 짧아서 놀랐을 수도 있다. 길게 적어야만 할 것 같은 틀에 벗어나 단 몇 줄이라도 내 감정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매일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습관이 되기 위해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마음이 느껴질 때 바로 적어 보는 연습을 권해본다.


고등학생 때부터 어떤 사소한 감정이 들면 그것을 메모장에 적거나 일기장에 적는 연습을 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물론 도움이 되는 메모 습관이지만 갑자기 방향성을 잃을 때 꺼내볼 수 있는 인생 노트라 의미는 배가 된다. 이렇게 작은 감정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야 한다. 지금 그 당시 일기들을 봐도 그때 그 감정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때론 사라진 초심을 깨워주기도, 어려운 순간에 동기부여 혹은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작은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되면 나를 찾는 여정 속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입시를 다들 잘 이겨냈는지? 혹은 지금 앞두고 있는지? 그렇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다. 고3 입시를 앞두고 서울에서 본가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났고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을까?'의 연속이었다. 오랜 고민이 축적되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 '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 시기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에 ‘힘든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때 의외의 답변이 들려왔다. 격려와 조언이 아닌 “승주야 평소에 쓰던 연습 노트 꺼내볼래?”라는 답이었다. 연습 노트는 고1부터 3년 동안의 과정이 쭉 적혀있었던 일기와 수업 내용이 담긴 노트였다. 말없이 한 페이지씩 넘겨볼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때?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지?” 그렇다. 소소한 감정들, 배우려고 한 순간들,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쌓여 당시의 나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달려온 과정은 고민에 가려졌고 지금의 감정에만 충실하다 보니 불안과 불만 가득한 마음뿐이었다.


그때 적혀 있었던 그 감정들을 복기하며 그 순간을 이겨냈던 경험이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현대어로 바꾸면 적는 자가 생존한다고 말한다. 적어보자. 하나의 감정이라도. 나의 작은 감정을 캐치하지 못하면 그것을 품는 나와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가볍게 털어낼 메이트’다. 어떤 심리책을 보더라도 나올 법한 정답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역설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말해봤자 해결될 것도 아닌데 굳이..’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괜히 말해서 듣는 사람 힘들게 만들어’ ‘오랜만에 연락해서 내 얘기 하는 게 좀 그래’ 실제 주변 사람들의 멘트를 그대로 따왔다. 이뿐일까? 여러 원인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사실 누군가한테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뛰어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관계과 형성된 친구 혹은 지인에게 1) 나도 말할 준비가 되어있고 2) 상대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고 3) 시간과 돈 에너지도 사용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일부러 복잡하게 글로 정리해 봤다. 벌써 무겁지 않은가? 난 이걸 단순화하려 노력했다. 출퇴근길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혹은 누군가와 함께 갔던 장소, 함께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면 바로 연락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 양재를 지나가면 양재동에 사는 친구에게 대구에 가면 대구에 있는 친구에게 말이다. 그러면서 요즘 어떻게 사는지 근황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의 이야기를 할 때가 온다. 그때 툭툭 던져보는 것이다. '툭툭'이라는 말이 무엇일까? 너무 추상적이지 않냐?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글로 옮겨본다.


목소리를 깔고, 자! 지금부터 힘든 이야기 시작할 테니까 준비해! 알았지? 하며 말을 시작하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땐 마음이 별로였는데 지금은 괜찮아 등등 감정을 입 밖으로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는 느낌을 '툭툭'이라 했다.


혹여나  '난 말할 사람이 없는데...' 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말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한 번 찾아보자! 생각보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또 그 단계가 지난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메이트가 돼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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