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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쭈 Aug 04. 2023

1-1. 나에겐 '이것'이 없다.

한 달 살기를 통한 WAI

몇 년 전부터 바람을 일으킨 하나의 삶의 유형이 있다. 한 달 살기! 국내에선 제주도, 해외 유명 도시, 또 요즘은 시골 한 달 살기 등 삶의 전환을 위해 많이들 떠나는 것 같다. 나 역시 최근 도쿄로 한 달을 다녀왔다. 몇 달 전부터 나를 위해 시간을 락킹 해두고 온전히 투자했다. 오후에 수업이 끝나면 곳곳에 여행을 다녔고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새로운 분들과 연이 되어 식사하는 자리도 가졌다. 물론 시간의 자유로움에 만족했지만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수없이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말이다.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건 어디로 가는 '장소'보단 얼마나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한 달 살기 떠나기 전 비행기 (photo by. 잇쭈)



그것에 따라 한 달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빼앗기느냐? 의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맛집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랜드마크 가서 인생샷도 남겨야 한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액티비티, 그 나라 혹은 도시의 문화를 충분히 느끼고 오는 것만으로 인생의 큰 경험이고, 어쩌면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쉬는 것만으로도 큰 휴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포인트로  것은 그다음 단계이다. 재밌게 놀고 푹 쉬면서도 내 마음에 방향이 어디인가? 질문하는 것!


예를 들면,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자랑할 것에만 집중하고 한 달 동안 스스로에 관한 질문은 하나도 없다면, 남들이 보기에 좋고 잠깐 부럽고 끝날 피드만 남게 될 것이다. 한 달 살기만 그러할까? 아니다. 우리 삶 곳곳에서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온전히 그 시간을 누군가의 시선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보려고 애써야 한다.     


우린 어느새 누가 만든지도 모른 세상의 기준 속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야’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대학은 이렇게 가서 졸업하고 언제 취업하고 이 정도 연봉은 받아서 원하는 신차도 뽑아야 하고 해외도 남부럽지 않게 다녀야 한다는 그러한 기준. 그 기준이 만든 이상과 내 현실이 멀어진 경험이 있는가? 나 역시 수도 없이 많았다. 그땐 우린 좌절과 불안에 휩싸인다. 왜일까? 나의 기준은 없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날 맞췄기 때문이다.



    

스무 살 방송대학에 입학해서 '3가지'만큼은 방송활동을 하면서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첫째 내 입으로 욕을 해서 남을 깎아내리는 호흡이 짧은 방송은 피할 것

둘째 성적인 선을 넘나들어 자극을 주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셋째 내가 못 하는 것을 하지 않을 것     


누가 보기엔 별 대수롭지 않아 보이고 돈을 벌려면 뭐든 해야지! 하며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회에 나와 이 3가지 다짐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나에게 큰 기준이 되었다. 사실 흔들릴 때도 많았다. 당장 달콤한 돈의 유혹이 내게 올 때, 내가 생각한 가치와 어긋난 것 아니야? 하며 스스로 어떡하지? 라고, 질문하며 그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기준은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 이야기한 부분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자. 내가 공부 혹은 일을 할 때 이것만큼은 지키면서 해야겠다는 다짐 말이다.




특히 마지막에 이야기한 내가 못 하는 것을 하지 않을 것! 이 표현은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설명에 옮긴다. ‘못하는 것을 포기했다’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내 장점을 더 찾으려고 애썼다. 어릴 때부터 난 어른들에게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 하는 말들을 자주 들었다. 특히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친구 어머님이 맛있게 먹고 표현하는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고 친구들은 "어디 카메라 숨겨놓은 거 아니야?!" 하며 음식에 대하는 나의 반응에 놀라곤 했다.


이 장점을 살려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식품 카테고리의 대표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쇼핑라이브 첫 론칭 호스트로 섭외가 되었고 2021년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방송하는 유일한 쇼호스트가 되었다. 잘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집중했고 캐릭터를 만들어 내려고 시간을 투자했다. 어쩌면 뷰티, 패션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난 왜 이것밖에 못 하지? 나도 저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라는 감정을 소비하지 않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나의 기준을 만들면 흔들리는 상황이 와도 버텨낼 수 있다.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고 남이 보기에 훌륭하지 않아도 된다. 지킬 수 있고 현실적인 기준!    

  

그게 WAI(Who am I)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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