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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Aug 19. 2024

반만의 성공이라도 좋다! 나의 첫 수영 원정기

내가 수영을 다닌다는 말에 한 친구가 매우 반가워했다. 어렸을 때 일 년 정도 수영을 배워서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오리발까지 모두 할 줄 안다고 했다. 지금은 안 한 지 오래되었지만, 왠지 자전거를 타는 일처럼, 수영장에 가면 몸이 기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로 계속 언제 한번 같이 수영장을 가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드디어 오늘 실행에 옮겼다. 장소는 강서구에 있는 KBS수영장. KBS가 지역사회 체육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전국최대규모의 종합스포츠센터란다. (KBS 홈페이지 피셜) 수영장 외에도 실내 테니스장, 볼링장,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영장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긴 한다. 서울에 3개밖에 없다는 50m 풀을 보유했으니 말이다. (보통의 수영장은 25m)


일요일 아침 9시, 눈뜨자마자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전 수영이 11:30분까지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있으려고 서둘렀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초등학교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문화센터. 레인은 5개 정도에 25m 길이. 내가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초등학교 옆에 있기 때문일까) 아무리 깊어도 수심이 내 키보다 얕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영장만 다니다 KBS 수영장에 와보니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건물 규모부터 비교가 안되거니와, 넓은 탈의실과 샤워장, 게다가 너무나 깨끗한 실내까지…! 감탄을 하며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는 동안 수영장에 대한 기대도 커져만 갔다. 내가 가끔 중국에 대해 설명할 때, 모든 것이 우리나라의 2배야! 도로도 2배, 건물도 2배, 궁궐도 2배, 라고 말하는데, 이곳이 딱 중국이었다. 깨끗한 중국! 아 그동안 나는 얼마나 작은 물에서 놀았던가 ㅎㅎㅎ


워낙에 수영장이 커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지만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레인 시작쪽에는 온수풀이, 끝쪽에는 유아풀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온수풀이 있는 곳도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처음엔 물이 너무 뜨거운 것 같아 안 들어갔는데, 레인을 몇번 돌다보니 절로 온수풀 생각이 났다. 아무튼, 친구와 준비운동을 하고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킥판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망설이지 않고 물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발장구를 치며 자유형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한참 하다가 너무 힘들어 멈췄는데 정말 웃기게도 약 25m 지점 쯤이다. 늘 하던 거리까지는 그래도 한 번에 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칭찬하며 다시 자유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10m 쯤 갔을까, 이번엔 기겁하며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레인 끝의 약 15m 가량이 수심 180cm에 달했는데, 점진적으로 깊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절벽 끝 낭떠러지처럼 갑자기 깊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지점 즈음 옹기종기 모여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바닥이 발에 닿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생각보다 정말 많이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물을 무서워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닿지도 잡히지도 않는 허공에서 무언가 의지할 곳을 찾아 허우적거리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허우적거릴수록 물은 더 나를 잡아당기고, 그럴수록 허우적거림은 심해진다. 몸에 힘을 빼고 숨을 참으면 물에 뜬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생각 따위가 치고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도 그럴까? 단 15m인데. 이 정도라면 이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키의 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나보다 먼저 깊은 쪽으로 넘어간다. 표정에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나도 물 위에 떠서 그 절벽을 향해 몸을 뉘였다. 조금 공포스럽긴 했지만,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고 생각보다 할만했다.


초급 레인은 중간에 멈추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영을 하다가도 앞사람이 멈춰서 나도 계속 멈춰야 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나도 누군가의 진로를 많이 방해했고) 친구는 옆 레인 중/상급 코스로 넘어가 볼까 하다가, 거기서부터는 정말 50m를 쉬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들만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래도 접영도 평영도 왔다 갔다 자유롭게 하다가 힘들어지면 자유형이나 배영으로 돌아왔다. 그냥 진짜 늘 수영장을 다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렌즈를 안 끼고 와서 앞도 잘 안 보인다더니 수영하는 내 모습을 보곤 자유형 할 때 내 문제점을 콕 집어냈다. 아직도 나는 호흡을 할 때 고개를 너무 위로 치켜드나 보다. 지금 와서 그나마 30m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던 것은 역시나 힘 빼기가 아닌 힘주기의 기술이었나. (중간에 30m 지점까지 한 번에 가서 스스로 너무 뿌듯했는데 자세가 엉망이었단 말에 다시 좀 소침해졌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오니 의욕이 생긴다. 예전 같았으면 무서워서 시도도 안 했을 180cm까지도 스스로 도전한 나 아닌가! 빨리 더 자세를 고쳐서 다른 수영장도 가보고 싶다. 아직 자유형과 배영밖에 못하는 내 몸이 너무 답답할 뿐이다.

요즘 수영장에선 평영 발차기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잘 안 되어 대충대충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다. 내일은 조금 일찍 가서 원활한 자유형을 위한 사이드킥 자세로 호흡하는 연습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 수업 끝나고도 조금 더 하다가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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