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난 방금 충격을 받고 말았다. 브런치에 더 이상 이런 일기 같은 글(?) 쓰지 말아야지 다짐해 놓고 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작년 8월, 스스로에게 썼던 메시지를 발견했다. 무언가 주저리주저리 목표를 적어놓았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역시, 써놓고 보니 돈 목표, 집 목표, 일 목표 없는 게 나답다(?). 생긴 대로 살자. 그러다 보면 모든 것들이 쫓아오리니…(제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어이없는 글이긴 한데 정말로 이거만큼 또 나다운 글이 어디 있을까. 너무 많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이런 고민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참 유쾌하고 그렇지만 시니컬한 사람인데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왜 자꾸 재미없고 의욕 없고 진지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드는 걸까. 웃음기는 쏙 빠진 채 어딘지 가라앉는 글을 자꾸 쓰게 되는 걸까. (그래서 결국 쓰던 글은 발행하지 못했다.) 아마 내가 아닌 세상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며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훅 들어와 버린 가을바람 때문일까 괜히 급해지는 마음에 여기저기 구직 사이트를 뒤적이던 참이었다. 내가 선택하는 길은 사실상 쉽게 가는 길이 아닌, 내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그 방법이 요즘 세상에는 안 맞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찌하나. 굳이 안 맞는 옷을 벗어던지고 나와놓고선, 날이 조금 추워졌다고 아직 걸칠 외투가 그것밖에 없다고 냉큼 다시 달려가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을 게임처럼’ 살아보겠다고 브런치에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계속 쓰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게 쓰다가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 번씩 들기 때문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생각해 본다. 세상에 의미가 없으면 어떠한가, 나에게 의미가 있는데. 내가 눈감으면 사라지는 게 세상이랬다. 어떤 과학자는 우주적 시각에서 보기에 살아있는 생명이 오히려 이상한 존재라고 말했다. 어차피 존재부터 이상하고 날 때부터 유일할 거라면 사는 동안에는 나대로 살아봐야지. 내가 세상에 맞추어 살 게 아니라 세상이 나에게 맞추도록 해봐야지. 내가 늘 말하던 것 아닌가. “어차피 우리가 제멋대로 살아봐야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짓은 무단횡단 정도일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뭐든지 해보자!”
몇 차례 임용고시에서 낙방하고 어렵게 직장인의 길에 들어선 후, 의미 없는 것들을 모아놓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더랬다. 의미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잘 뜯어보면 분명 의미도 있고 쓸모도 있을 거라며. 그때 난 그 생각을 실천하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계속 이렇게 의미 없는 날들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아깝지도 않은지 매일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고 그놈의 ‘성장’을 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이렇게 퇴사를 하고 여유를 부리며 방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 그때 못한 고민과 생각을 이제야 다시 하는 것 아닐까.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몰라도 나는 지금 나를 찾아가고 있다. 자꾸 미루다 보면 이렇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더는 미루지 말고 나는 나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