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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Mar 22. 2023

처음 신어보는 풋살화

스포츠는 장비빨이라 했나. 가벼운 취미로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풋살화는 필요했다. 무료 샘플 수업 날 일반 운동화를 신고 하니 발에 꽤 무리가 갔다. 친구는 하루 만에 엄지 발톱에 멍이 들고 말았다. 


수업 이후 곧바로 풋살화를 알아봤다. 아직 초심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값비싼 풋살화를 사기엔 좀 그렇고, 당근 마켓도 뒤져보고, 인터넷 서칭을 엄청 해봤지만 어떤 가격이 적당할지, 어떤 게 좋은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특히나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스타일이라 인터넷으로 무언갈 사는 것에 있어서도 괜히 망설여지는 나였다.


그러다 친구가 먼저 산 저렴한 가격의 풋살화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난 그 풋살화를 신어보고 사기로 했고, 적당히 발가락에 무리가 안 가고 잘 맞았다. 다행히 친구도 곧바로 당근마켓에서 또 자신에게 맞는 풋살화를 찾았고, 그렇게 풋살화 장비가 장착됐다.



처음 신어보는 풋살화, 괜히 설렜다. 이제껏 많은 신발을 신어봤지만 풋살화는 처음이었다. 왠지 축구공도 더 잘 차질 것 같고, 발이 하나도 안 아플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장비가 갖춰지니 마음까지 갖춰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별다른 장비가 아닌 기본 장비인데도 벌써 마음은 초심자를 갓 넘어선 그 어디쯤이었다.


발에 아직 익지 않았지만 처음 신어보는 풋살화는 그만큼 마음을 들뜨게 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신어보지 못했던 신발, 신어볼 생각도 없었던 신발, 신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신발이었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남자 애들은 하나씩 축구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 큰 운동장을 누비는 남자 애들을 그저 구경만 했다. 특이한 색깔의 축구화를 신은 남자 애는 꼭 인기가 많았다. 무슨 색 축구화 걔, 뭐 그렇게 축구화를 보기만 했던 기억. 


그런 축구화, 풋살화를 나도 신어보게 됐다. 누가 신지 말라 했던 것도 아닌데 조금 오버를 보태면 괜히 못해보던 걸 해보는 느낌, 새로운 걸 도전해 쟁취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또 한 칸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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