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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Mar 22. 2023

무료 샘플 수업

“야,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냐!” 

첫 샘플 수업 후 밖에 나와 친구와 나눈 첫마디. 



함께 축구를 해보자 결심한 친구와 축구 센터를 찾아보니 마침 걸어서 40분 거리에 여자 축구 반이 있는 축구 센터가 있었다. 곧바로 문의해 무료 샘플 수업 1회를 받을 수 있었다. 


센터 내부 풋살장에 들어서자 여자 회원들 10여 명이 어색하게 들어선 우리를 환하게 반겨줬다. 살갑게 먼저 말도 걸어주고, 꽤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첫 수업에서는 다양한 기본기 연습을 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잘하지 못해도 박수를 쳐주고, “파이팅!”을 외쳐주고, 순서를 기다릴 때엔 틈틈이 말도 걸어주었다. 


처음 가는 곳에선 어색하기 마련이건만 기존 회원들의 살가운 호응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나중에 들어보니 회원이 5명일 때부터 시작한 분들이 회원을 더 늘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 위해 더 열심히 호응을 해줬다고 한다. 


기본기 수업이 끝나고 각 12분간의 전, 후반을 뛰는 미니 축구 게임이 펼쳐졌다. 팀을 나눠 5대 5로 작은 풋살장에서 축구를 하는데 첫날 바로 경기를 하라고 하니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첫 축구 경기를 뛰어 보는데 내 체력에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나 저질 체력이라고?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체력이 안 따라줄 줄은 몰랐다. 작은 풋살장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니 숨은 금방 턱까지 차올랐고, 다시 호흡이 돌아오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이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반면에 다른 회원들은 숨을 헉헉대고는 있지만 기분 좋게 달리고 있는 에너지 찬 모습이었다. 헉헉대며 교체를 원하는 내 모습과는 달랐다. 먼저 축구를 해본 선배들이기에 다르겠지만 그래도 너무도 헉헉대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민망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때 다른 회원들은 “나도 처음엔 그랬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점점 좋아질 거라고, 본인들도 몇 개월이 지나니 이제야 조금은 익숙해지는 거라고 말해줬다.


그때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축구에 입문할 수 있었을까?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틀에 박힌 사고 속에서 축구 하나 쉽게 접근하지 못해 망설이던 과거의 내가 이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리는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새삼 용기를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체력의 한계와 형편 없는 실력과는 별개로 첫 축구는 참말로 재미있었다.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내 몸이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한 것도 아니었는데 직접 뛰는 축구는 참말로 재미있는 것이었다. 


무료 샘플 수업을 끝내고 나와 친구와 상기된 얼굴로 나눈 첫마디. “야,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냐”. 우린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웃고 있었다. 이 재밌는 걸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 해봤다니. 그동안 나는 얼마나 좁은 우물 속에서 그저 할 수 있는 것만 해왔던 걸까? 우린 다음 주부터 바로 수업을 등록하자고 약속했다. 


첫 수업을 마친 나는 동시에 내가 대견했다. 이렇게 첫걸음을 내딛게 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겐 그랬다. 사실 나이를 먹으며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생각만 하고 넘어간 일이, 말로만 다짐하고 도전하지 않았던 일이, 꿈과 현실에서 현실을 택했던 일이 점차 많아짐을 느끼는 하루하루였다. 


축구도 그랬다. 하고 싶지만 생각만 했고, 무언가 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하지 않았다. 팀을 이루는 스포츠를 취미로 하고 싶다는 꿈과 제한적인 시간에 이것저것 해야 하는 현실에서 비교적 쉬운 현실을 택했다. 그런 내가 한걸음 내디딘 것이다. 생각만 하지 않고, 말로만 다짐하지 않고, 꿈꿨던 무언가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축구를 시작한 지 7개월.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고 아직 7개월밖에 안 됐지만 여전히 내가 대견하다. 앞으로 계속 축구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축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하며 축구를 배우고 있다. 꿈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익숙한 현실이 됐다. 어려웠지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난 그렇게 축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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