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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Mar 22. 2023

체력아, 아 나의 체력아.

내 체력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진짜였다. 아무리 찾아도 스트레스 원인이 무엇인지 모를 땐 체력을 길러보라고 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몸도 힘들고, 곧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고. 결국 뒤받쳐 주는 건 체력이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생각될 땐 체력을 기르라고.



하지만 그 기본 중 기본이라는 체력은 매일 밥을 먹는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다. 결국 내가 움직여야 하고, 이산화탄소를 격하게 내뱉고 땀을 흘려야 길러진다. 그런데 이 단순한 것이 일상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 서있지 않아도 될 땐 격하게 앉고 싶고, 앉아있지 않아도 될 땐 치열하게 눕고 싶다. 웬만하면, 최선을 다해 쉬고 싶다.


운동을 하는 것도 결국엔 내 체력을 쓰는 일이다. 그럴 체력, 있을 리 없다. 길러진 체력이 없으니 결국 내가 지니고 태어난 체력 곳간에서 꺼내고 또 꺼내 쓴다. 곳간을 채우지도 않으면서 계속해서 빼내니 시간이 지나면 점점 바닥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타고나지 못한 내 체력은 길러질 틈도 없이, 그럴 의지도 없이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쓰고 보니 첫 질문, ‘내 체력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원래 인생은 모르는 척, 흐린 눈 하고 살아야 제일 편하다. 그게 나에게까지 적용되니 결국 내 체력은 이렇게까지 됐다. 


그래도 애써 모른 척 살아오던 중이었다. 인지를 했다면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하지만 어찌 됐든 큰 문제없이 살아가고는 있으니 흐린 눈을 유지했다. 뭐 하나 시작하는 것도 이렇게나 큰 체력을 필요로 하다니, ‘체력아, 아 나의 체력아.’ 


큰맘 먹고 도전한 축구. 축구를 하니 바닥난 체력이 ‘까꿍’하고 인사했다. 뭘 했다고 이렇게 헉헉댈까, 얼마나 달렸다고 이렇게 얼굴이 터질 것 같을까.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축구를 하면 체력이 진짜 좋아지겠다’를 자연스럽게 알았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전혀 하지 않았을 때보단 나아지지 않겠나.


그리고 생각했다. 체력이 길러지면 축구는 더 재밌겠구나. 무거웠던 내 발은 조금은 가벼워질 거고, 축구공에 닿기엔 모자랐던 내 발끝은 한층 더 날렵하게 뻗어지리라. 무작정 공을 쫓고 뻥뻥 차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하며 달릴 수 있겠구나. 그렇게 된다면 축구는 더 재밌어지겠지. 


축구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난 현재, 내 체력이 어떠냐고요? 솔직히 국력 정도로 길러진 건 아니에요. 머쓱. 하지만 정말 얄팍하게 느껴진다. 턱까지 찬 호흡은 예전보다는 빨리 돌아오고, 매번 ‘이번엔 교체 안 해야지’ 하는 다짐은 가끔은 지켜진다. 무엇보다 내 체력에 대한 아쉬움이 매일 느껴지고, 매일 인지하며 깨닫는다. 흐린 눈 하지 않고 정확한 눈으로 나의 몸을 생각한다. 


눈에 띄는 변화, 극적인 효과를 보기엔 나의 노력이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는 변하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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