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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l 25. 2023

일단 접속은 해야지

 자고로 공부하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아무리 분주한 아침이라도 아침식사를 거를 수는 없다. 눈을 뜨자마자 주방으로 향해 먹다남은 국이라도 데워 먹는다. 예전에는 남편과 아이를 보내놓고 뒤늦게 혼자서 아침식사를 하거나 어영부영 건너뛰는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침식사를 해야 두뇌회전에 좋다는 말은 학령기 아이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늦깎이 대학생 엄마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든든히 식사를 하고, 아이가 등교를 하면 나도 책상에 앉는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다. 부리나케 노트북을 켜고 학교에 접속한다. 사이버대학에 등교시간은 따로 없다.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로그인해 수업을 들으면 된다. 하지만 가능하며녀 매일 같은 시간에 등교하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수업듣는 시간을 정해놓을 것을 추천한다. 가정주부에게 '집'이라는 곳은 일터이자 쉼터다. 이곳에서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의를 듣다보면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는 알림음이 울리고, 로봇청소기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소음이 들린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공부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에 비해 배 이상의 집중력과 자기조절력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기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 때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수업태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 부모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직접 수업을 들어본다면 아마 실감할 것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를 감시하는 교수님이 눈 앞에 안 계시고, 졸고 있는 나를 깨워 줄 동기도 없는 집이라는 강의실에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이 실감난다. 


 강의만 틀어놓고 유튜브를 보고 있어도 지적할 사람이 없고, 재생시간만 채우면 어찌됐든 출석은 인정된다. 그렇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사이버대학은 돈을 내고 학위를 따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솔직히 입학하기 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겪고 보니 사이버대학만큼 자기주도학습에 최적화 된 시스템이 없다. 출석, 과제, 토론 등 수업의 모든 부분을 오로지 학생의 의지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수정해가며 진행해야 한다. 함께 수업을 듣는 동기를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교수님께 온라인으로 질문하거나 책과 인터넷을 따로 뒤져 공부해야 한다. 웬만한 의지를 가지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사리 결정한 엄마의 대학생활인만큼 모든 의지와 자제력을 이곳에 쏟으려 노력한다. 잔꾀를 부리고 싶을 때가 자주 있지만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일단 학교에 접속한다. 교수님의 말에 잠이 쏟아져도 정신차리고 수업에 집중하려 애를 쓴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가 생각난다. 어젯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던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수업을 듣고 있겠지. 선생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도 이해하고 시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을테지. 아마도 빨리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테지. 내가 수업을 들으면서 '점심에는 뭐 먹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학교에 등교하는 여덟살짜리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매일 아침 새롭게 다짐한다. 


 일단 접속을 해야지. 강의를 들어야지. 출석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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