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관 선택, 엄마가 고려할 것들

불안한 엄마에게 특별히 중요했던 두 가지

by 책봄

1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참 바쁘게 지냈다.


숲 놀이, 육아모임, 언어치료, 센터 상담 등. 많은 일이 있었고 아이는 빠르게 자랐다. 말이 늦어 걱정이었지만 한번 입이 트인 후로는 놀랍도록 발전했다. 말이 늦어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말을 참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기저귀 떼기도 예상외로 수월했다. 아기 변기를 사놓고 오며 가며 보여주기만 했다. 어느 날 마음을 먹었는지 앉아있다가 자연스럽게 용변을 봤다. 온 가족에게 전화해 칭찬을 해주고 축하파티까지 열어줬다. 그 덕분인지 차차 변기에 가는 일이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 기저귀를 뗐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친구를 피해 다니지 않는 것만으로 큰 변화였다. 같이 어울려 놀지는 않아도 옆에 있는 것을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반응은 없어졌다. 이 정도면 기관에 보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아이의 첫 기관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첫 기관 선택, 엄마가 고려해야 할 것들

기관 종류는 생각보다 많고 복잡했다. 국공립만 해도 병설, 단설, 어린이집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사립은 일반 유치원, 민간어린이집, 영어유치원, 숲유치원 등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 가짓수가 많으니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머리가 아팠다. 이럴 때는 적어야 한다. 노트와 펜을 꺼내놓고 내 아이의 성향과 내가 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써 내려갔다.


첫째, 프로그램이 많은 원은 제외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엄마다. 내 뜻대로 하자면 이것저것 많이 배우는 곳에 보내고 싶었다. 한글, 영어, 수학은 기본 코딩 교육에 자연친화활동까지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는 원에 원서를 넣었다. 찾아가 상담을 받고 프로그램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이가 견디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충분히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고 본인이 납득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하는 느린 아이에게 프로그램이 많은 원은 적응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첫 기관 생활에 너무 많은 자극이 들어오면 정신적으로도 피로할테고.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마음이 쓰렸지만 보내지 않기로 했다.

둘째, 하원이 늦은 원은 제외했다.


기관에 보내기로 결심은 했지만 여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를 바랐다. 특별히 해주는 것이 없어도 편안한 집에서 내 마음대로 놀며 충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를 바랐다. 내향형 어른인 나도 편안한 곳에서 충분히 쉬었을 때 밖에서 더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기에 나를 닮은 우리 아이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원 시간이 너무 늦은 원이나 이른 하원을 꺼리는 원은 후보에서 뺐다.


셋째,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을 관찰했다.


어떤 기관이든 결국은 아이를 맡아주는 담임선생님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 같은 원 안에서도 선생님에 따라 아이에 대한 피드백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에 상담을 가면 아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선생님의 반응을 살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정리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있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발도르프 교육기관에 상담을 갔을 때, 원장님은 이런 점을 부정적으로 보셨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틀을 깨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똑같은 행동을 보고도 다른 원에서는 칭찬을 하셨다. 관찰력이 뛰어나 각 물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해진 곳에 정리정돈을 잘한다고. 같은 아이를 보고도 시선은 다를 수 있다. 기왕이면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교사가 내 아이를 더 사랑으로 지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내가 기관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만 뽑아보기


한 가지 더. 너무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은 엄마가 기관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영양 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고, 누군가는 양질의 활동을 많이 하는 곳을 선호할 수 있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야외에 나가는 것은 불안하니 실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원이 좋은 사람도 있다. 각자 가치관이 다를 뿐 정답은 없다. 어차피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원은 없다. 때문에 부모가 원에 바라는 1순위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일은 이후 기관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내가 원에 바라는 점은 딱 하나였다. 또래 아이들과의 놀이. 가정에서 내가 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노는 과정에서 의견을 나누고 협동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랐다. 우리 아이는 위험한 일은 잘하지 않았다.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나는 반대로 남자아이답게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일들 말이다. 또래 집단 속에서 아이가 가진 틀을 깨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바랐다. 내가 원에 바라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프로그램이 많지 않고 하원 시간이 빠르고 또래와의 충분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곳. 첫 기관으로 단설유치원을 선택했다. 이 선택에도 고민은 있었다.


첫째,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유치원에 바로 가도 괜찮나?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어린이집에서는 5살은 막내가 아니지만 유치원에서는 가장 어린 반이다. 도움이 필요한 동생이라는 인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보내보니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도 그랬다. 선생님께서도 막내반 친구들을 각별히 신경 써주셨고 6, 7세 형이나 누나들도 동생들을 많이 도와주었다.


둘째, 처음부터 너무 큰 기관은 낯설지 않나?


맞다. 단설유치원은 단독 건물을 쓰다 보니 우리 아이 원은 3층 높이 건물에 화장실도 크고 강당, 식당 등 모든 것이 따로 있었다. 도서관, 블록방, 안전방 등등 별도의 공간도 많아 아이가 처음 적응하는데 낯설어했다. 하지만 적응한 후에는 이런 점이 장점이 되었다. 공간을 넓게 쓰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는 일이 적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가 심심할 법도 한데 주기적으로 바뀌는 교구와 다양한 놀이 공간 덕분에 아이는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도 즐겁게 유치원을 다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완벽한 기관은 없다. 나도 완벽한 엄마가 아니지 않은가?



< 자차로 등 하원할 계획이라면 특별히 고려해주세요 >


1. 주차공간

자차로 아이를 등 하원 시킬 경우, 차를 세워 둘 주차공간이 없으면 난처하다. 등원 거부하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새도 없이 주차단속에 걸릴까 서둘러 들여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차로 등 하원을 시키며 아이가 준비가 좀 더딘 날은 더딘 대로 가기 싫어하는 날은 왜 그런지 천천히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다면 주차공간이 있는지 살펴볼 것. 자차 등원의 좋은 점은 담임선생님과 매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날 그날의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다.


2. 유치원 주변 환경

자차로 등 하원을 하다 보면 아이가 밖에서 뛰어놀 시간이 부족하다.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의 이동이 반복된다. 놀이터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 아이처럼 내향적이고 집돌이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유치원 주변에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살폈다. 하원 후 친구들과 어울려 잠시라도 놀게 하고 싶어서였다.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이가 오가며 도서관을 눈으로 익히는 것 만으로 큰 재산이 된다. 낯선 환경에 거부반응이 큰 아이라면 더욱.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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