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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Oct 21. 2022

살림을 줄이는 효율적 동선

 "주먹구구로 하지 말고, 검색을 해요. 검색을."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주방의 비효율적인 동선을 지적하며 식당주인에게 한 말이다. 같은 방송에서 백종원은 "비효율적인 주방은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지고, 시간은 배로 든다. 반면 효율적인 주방은 같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고도 더 많은 국수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주방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국수를 삶느라 드는 에너지를 아껴 손님에게 대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어떤 일이든 전문가는 주먹구구로 일하지 않는다. 일을 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고민을 최우선으로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한다고 평가할 때는 보통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효율적이란 말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같은 조언을 집안 일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누구나 짧은 시간에 집안 일을 마치고, 남는 에너지와 시간에는 나를 위한 일에 투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집안 일의 동선이다. 


 나는 오전 1시간 동안 청소, 빨래, 아침식사 준비를 마친다. 이 루틴에 익숙해진 요즘에는 화장실 청소를 추가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첫째, 최대한의 가전을 이용한다. 둘째,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한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동선을 짰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효율적 동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동선을 짜는 효과적인 방법은 '필요한 물건을 눈이 자주 가는 곳,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둔다'는 거다. UX디자인이란 말을 아는가? User Experience의 약자로 사용자의 경험에 기반한 디자인을 뜻한다. 즉,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디자인이다. 살림에도 UX디자인을 적용하여 효율적인 동선과 시스템을 만들면 꼭 내가 아니어도 가족 중 누구나 손쉽게 집안 일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실에 돌돌이를 걸어 두었다. 언뜻 생각하면 돌돌이를 욕실에 둔다는 것이 어색할지 모르지만 머리카락 청소를 하기에 이만한 방법이 없다. 우리 식구들은 욕실에서 머리를 말리기 때문에 욕실 바닥이 늘 머리카락이 많다. 이 머리카락을 청소는 하는 것이 욕실에 있는 돌돌이다. 누구든지 욕실에 들어갔다가 머리카락이 거슬리면 눈 앞에 있는 돌돌이를 들어 쓱 밀고 나오면 된다. 그럼 바닥이 깨끗해진다. 이건 일곱살 아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돌돌이가 눈 앞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욕실에 배치된 머리카락 청소용 돌돌이. 눈에 잘 띄도록 세면대 바로 옆에 설치해두었다.


 세면대 청소를 할 때도 따로 시간을 내는 대신 로봇청소기 걸레를 빨러 가는 김에 마른 걸레로 세면대를 먼저 닦아준 후 걸레를 빤다. 매일 아침 물기를 닦아주면 세면대 청소를 따로 하지 않아도 물때가 끼지 않아 깨끗하게 유지된다. 이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이유도 효율적인 동선과 시스템 덕분이다. 


 볼일을 보고 난 후에는 휴지를 다섯칸 정도 뜯어 역시나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세제를 묻혀 변기 뚜컹, 커버 등 주변을 닦는다. 그리고 휴지는 변기에 넣어 흘려보낸다. 변기청소도 이렇게 하면 가족 구성원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샤워부스 안에 바닥청소용 솔을 비치해둔다. 샤워를 한 후에 바닥에 남아있는 거품을 이용해 솔로 바닥을 쓱쓱 밀고, 스퀴즈로 물기를 닦는다. 만약 청소용 솔이 샤워부스 안에 없다면 어떨까? 같은 일이지만 성가신 일이 된다. 하지만 샤워부스 안에 솔이 있기 때문에 할만한 일이 된다. 더욱이 매일 한번만 이렇게 해도 바닥에 생기는 곰팡이나 물때를 예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바쁜 아침 시간에 변기, 세면대, 욕실바닥까지 청소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동선과 시스템을 만든 이후에는 욕실청소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십분도 되지 않는다. 만약 주말에 날 잡아 화장실 청소를 한다면 어떨까? 1시간은 훌쩍 간다. 더욱이 힘도 든다. 게다가 주말마다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생각 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따로 시간을 내는 대신 오전에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따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대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샤워하는 김에, 걸레 빠는 김에, 소변 보는 김에처럼 '~하는 김에' 하는 일이라면 부담도 덜 하지 않은가. 


  욕실 뿐만 아니다. 빨래건조대 옆으로 서랍장을 두면 속옷, 양말 등 서랍에서 보관해야 하는 빨래들을 바로 접어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 주방에 식기류를 배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수기 위쪽으로는 컵을 놓고, 밥솥 가까운 곳에 밥그릇, 인덕션 근처에 국그릇을 배치하면 주방에서도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연히 냄비, 후라이팬류는 인덕션 가까운 곳에 모아놓고, 여벌의 수세미, 행주 등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가장 먼 곳에 보관한다. 

 

 살림을 함께 하려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편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스템이란 효율적인 동선, 사용자에게 편리한 UX디자인이다. 오늘은 우리 집에 적합한 효율적인 동선과 시스템을 고민해보자. 한번에 수고로 일을 줄일 수 있다면 감당할만 하지 않을까? 


 주방 일을 줄여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백종원의 조언처럼 집안 일을 줄여 가족에게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따뜻한 말이라도 한마디 더 건넬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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