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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Oct 04. 2022

매일 조금씩 하는 옷정리 루틴

 계절마다 창문 밖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 아침 공기가 다르다는 것. 여름에는 바다에 갈 수 있고, 겨울에는 눈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굉장히 낭만적인 일인 동시에 귀찮은 일이다. 


 10월.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옷 정리 시즌이 다가왔다. 서랍 속 반팔과 반바지를 꺼내 긴팔로 바꾸어 놓고, 여름내 덮고 자던 얇은 이불도 도톰한 이불로 갈아놓아야 한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성가신 일이다. 분기마다 정리해야 하는 옷가지들.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남편과 아이, 내 옷까지 계절마다 버리고, 사고, 정리하며 찾은 나만의 옷 정리 노하우를 소개한다.       


 첫째, 새로 사기 전에 생각한다 

    

 정리를 위해 더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빼는 것이다. 빼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은 일단 더하지 않는 일. 어떤 옷이든 한 번에 사거나 충동구매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옷을 봤다면 집에 돌아와서 한번 더 생각해본다. 옷을 사기 전 나만의 사고 과정을 거친 후 모든 조건에 통과했을 때만 구입을 한다. 


지금 꼭 필요한가 → 대체할 물건은 없는가 → 함께 코디할 옷이 있나 →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어울리나 → 5년 뒤에도 꺼내 입을 옷인가 


Yes, 가격대가 있더라도 좋은 것으로 산다. 

No, SPA 브랜드나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대로 산다.


 예뻐 보여서 사 왔는데 막상 손이 가지 않는 경우 다들 있을 거다. 그건 옷은 예쁘지만 함께 코디할 만한 옷이 없거나 나의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매번 비슷한 옷만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체할 물건이 없는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샀기 때문에 같은 옷을 사게 된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브랜드와 가격을 기억해두었다가 집에 와서 옷장을 뒤져보며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대게 위의 5단계를 거쳐 옷을 구매하면 사놓고 안 입거나 사놓고 보니 비슷한 옷이 있을 확률이 낮아진다. 또 하나는 옷의 쓰임을 충분히 고민하고 사는 것이다. 티셔츠 한 장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브랜드도 다양할뿐더러 디자인도 가지각색이다. 이때 막연하게 '상의가 필요해'라고 생각하면 사두고도 잘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상의 중에서도 어떤 색이 필요한지,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겉옷 안에 입을 건지 단독으로 입을 건지 등에 따라 소매 여부, 소재, 핏, 기장 등을 결정하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옷 한 번을 살 때도 신중하게 생각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옷더미가 쌓일 일도 없다.


 둘째옷걸이를 늘리지 않는다     


 희한하게 옷걸이는 늘 부족하다. 왜 그럴까? 옷을 정리하지 않고 새로 사기 때문이다. 옷걸이를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곧 새 옷을 사면 헌 옷 하나를 버리겠다는 뜻이다. 드레스룸에 여유가 있다면 사계절 옷이 한눈에 다 보이도록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속옷, 양말 등의 이너웨어를 제외하고 모든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면 내가 어떤 옷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 정리가 훨씬 수월하다. 새 옷을 샀다면 기존에 옷들 중 반드시 하나를 버리거나 정리한다. 만약 도저히 버릴 옷이 없다면 그나마 자주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일단 접어서 서랍이나 옷 보관함에 넣어놓고 일단 새 옷을 건다. 경험상 서랍에 넣어둔 옷을 꺼내 입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 집에는 청바지만 해도 계절별로 연청, 중청, 진청을 나누다 보니 8벌이 되었다. 그런데 바지는 특히 유행에 민감해서 핏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이 잘 가지 않는 스키니 핏 바지들을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1년 가까이 한번도 꺼내입지 않았다. 과감히 서랍 속 스키니 핏 바지는 대부분 버렸다. 겨울 부츠 속에 넣어 입을 바지 한벌과 반바지로 잘라 입으면 예쁠 것 같은 핏이 좋은 것 한 벌만 남겼다. 경험상 한번 유행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데 5년 이상 걸린다. 5년 뒤 내 몸무게가 여전히 같을 거라는 보장이 없고, 다시 찾아온 유행이 5년 전 그것과 완전히 같을 리도 없다. 그러니 서랍 속에 1년 이상 보관만 하고 있는 옷이라면 과감히 버릴 것을 추천한다. 

   

 셋째옷 정리는 계절별이 아니라 매일 한다     


 모든 집안일이 그렇듯 미루면 일이 커진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옷 정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환절기에는 아침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주말에 큰 마음먹고 옷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라고 치자. 이럴 때는 날씨에 따라 반팔과 긴팔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럼 일단 반 팔 두벌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 짧은 소매 옷들은 세탁이 끝나면 바로 여름옷 보관함에 넣는다. 이때 내년 여름에는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이 있다면 보관함에 넣지 않고 바로 처리한다. 가을 옷 보관함에서 긴팔을 꺼내 입을 때도 매일 아침 한 장씩만 골라 꺼내 입는다. 한 번에 옷을 꺼내 정리해도 되지만 일이 커지므로 한벌씩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만 반복하면 따로 옷 정리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을 옷이 나오고 여름옷은 정리가 된다. 모든 계절의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는 경우도 마찬가지. 지금 계절에 맞는 옷들이 눈에 띄는 곳으로 올 수 있도록 하루에 한 벌씩만 위치를 바꿔주어도 일주일이면 옷 정리가 마무리된다.    

   

 복잡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일수록 미뤄두었다가 한 번에 해결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양만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방법이다. 어릴 때 방학숙제로 쓰던 일기를 떠올려보라. 개학 전날 몰아 쓰려면 그거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이 되나. 하지만 매일 다섯 줄씩이라도 조금씩 썼다면 어떨까? 하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었을 거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 방에 들어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면 일단 한숨 크게 쉬고 작은 마음만 먹자. 큰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다. 하루에 한 벌씩만 정리하자. 아침에 옷을 고를 때, 5분만 더 투자해서 버릴 옷과 정리할 옷을 구분해보자. 정리가 끝난 뒤에는 매일 습관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는데 힘쓰자. 하루에 한 벌씩만. 작고 소박하게.


세 가족 사계절 옷이 모두 보관된 우리 집 드레스룸의 모습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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