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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Oct 01. 2022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다시 지방으로 세 번째 이사를 했다. 아파트 평수는 점점 커졌다. 방 두 칸 18평 신혼집에서 26평 아파트로 지금은 34평 아파트에 세 가족이 살고 있다. 평수는 커졌지만 가전이나 가구는 거의 그대로다. 친정과 멀어져 김치를 얻어먹을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김치냉장고를 하나 샀고, 독립 수면에 성공한 아들을 위해 싱글 사이즈 침대도 하나 샀다.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떠돌이 전세살이. 언제 다시 평수를 줄여 이사를 하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짐을 늘리지 말자고 약속한 것이 8년째다. 여전히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     


 나는 집주인이다. 물건을 관리해주러 온 관리인이 아니다. 물건을 모시고 살지 말자. 집의 주인이 되자. 물건에게 자리를 내주지 말자. 신혼 때는 결혼 축하 선물로 받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호기심에 산 물건들로 집 안 곳곳에 장식품이 많았다. 거실에는 유럽풍의 러그도 멋들어지게 깔려 있었다. 새것이던 물건 위로 먼지가 조금씩 쌓였다. 애써 외면하고 살기를 며칠이 지나자 일일이 들어내고 먼지를 털어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점점 더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먼지를 털고 청소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하기 싫었다. 보고 있으면 괜히 속만 끓으니 방치했다. 그렇게 선물 받은 소품들은 예쁜 쓰레기가 되어갔다. 거실을 차지하고 있던 유럽풍의 러그는 처음 깔 때만 해도 그럴싸했다. 낡은 집을 앤틱하고 클래식한 느낌의 집으로 만들어주어 만족스러웠다. 그 러그를 세탁할 때쯤 생각이 달라졌다. 세탁기에 겨우 쑤셔 넣고 어렵사리 건조를 했다. 다시 러그를 바닥에 깔면서 생각했다. 이건 그냥 짐이다. 크고 관리도 어려운 쓰레기다. 


 물건을 하나 산다는 건 내 정성과 에너지를 쏟겠다는 다짐이다. 관리. 곧 내 일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혹은 집주인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뜻.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 내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 관리할 만큼 가치 있는 것들일까? 꼭 필요한 것일까? 나에게 정성을 쏟아야 할 대상은 나 자신과 남편, 아이만으로 충분했다.       


 집안을 차지하고 있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에 곱게 넣어 처리한 후부터 물건을 살 때 신중해진다. 그것을 샀을 때의 기쁨보다 물건의 마지막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물건의 속성은 참 간사해서 내 것이 되는 기쁨은 잠깐이다. 더 좋은 물건이 끝없이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 유혹하던 것도 내 것이 되고 나면 다시 시들해진다. 물건을 떠받들고 살만큼 에너지 넘치지 못한 사람이라면 최소한만 가지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물건을 사기 전, 항상 그것의 마지막을 상상하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고르기 쉬워진다. 처음 샀던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입한 시간의 곱절이나 되는 시간을 관리에 쏟아야 한다. 필요에 의해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 물건에 끌려가는 삶. 그런 삶에 지쳤다면 비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들이지 않는 것이다. 


 미니멀이란 결국 삶을 단순하게 사는 능력이다. 나에게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골라내는 연습.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본질에 가까운 삶을 사는 능력 말이다. 차를 예로 들어보자. 차의 본질은 이동수단이다. 이동의 편리함을 위하여 발명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날 차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차의 등급을 정해놓고 어떤 차를 타느냐를 두고 그 사람의 지위와 위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본질은 잊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됐다. 불안 돈목(佛眼豚目).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사자성어처럼 내가 남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가진 물건으로 평가하니 타인도 나의 물건을 보고 나를 평가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물건이 나를 말해준다고 믿는다.    


 미니멀한 삶이란 물건이 나를 말해주는 삶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것, 나의 행동과 성품이 나를 말해주는 단순한 삶이다. 그걸 알게되면 물건을 갈고닦을 에너지를 나를 갈고닦는데 쓰게 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미니멀이다. 때로는 멀끔하게 차려입고 비싼 명품을 둘러 나를 설명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언제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에 있음을 잊지 않기를. 물건이 아닌 내가 나를 말해주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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