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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Nov 10. 2022

욕실 반건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새댁, 욕실을 건식으로 쓰면 어때? 내가 집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새댁 편하라고. 건식이 관리도 쉽고."

 

 "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쉽지는 않네요. 노력해볼게요."


 나와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주머니가 진심으로 나 편하라고 건식 욕실을 제안하셨을 리 없다. 본인도 어렵게 장만한 자신의 새 집이 망가지는 게 싫으셨겠지. 


 우리는 새로 분양받은 집에 첫 세입자로 입주했다. 주인도 한번 살아보지 못한 집에서 세입자로 산다는 것은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각종 하자보수에 직접 대응해야 했다. 게다가 공사가 끝날 때마다 집주인은 공사가 잘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핑계로 종종 집에 들러 확인하곤 했다. 아무리 집주인이라고 해도 집에 들락날락한다는 것이 편할리는 없으나 나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우리 탓을 할까 염려되는 마음에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욕실 타일 공사를 마친 어느 날, 집주인은 여느 때처럼 방문을 요청했고 나는 기꺼이 응했다. 하필이면 막 아이를 씻기고 나온 터라 욕실에 물기가 가득했고, 곳곳에 물때도 눈에 띄었다. 집주인은 욕실을 둘러보더니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욕실을 건식으로 쓰면 어때?" 하고 말이다. 


 어렸을 때는 욕실이 두 개인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아빠, 등교 준비하는 동생과 경쟁하듯 하나뿐인 욕실을 서로 차지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화장실이 두 개라는 건 청소를 두 번해야 한다는 뜻이고 꽤 귀찮은 일이다. 그런 사정을 집주인도 모를 리 없다. 그렇다 해도 집주인이 이런 내 사정을 가엽게 여겨 관리가 편하니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하라고 했을 리 없다. 속으로는 '아니, 욕실에 흔한 줄눈 시공도 하지 않으시고는 바라기만 하시기는.......'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심 그 말이 신경 쓰이긴 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안방 화장실만 사용하기로 했다. 거실 화장실은 급한 볼일을 볼 때나 사용하고 물 쓰는 일은 최대한 안방에서 해결하기로. 샤워부스가 설치되어 있으니 문을 닫아놓고 씻으면 물이 튈 염려도 없고,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아 청소도 더 쉬울 테니 말이다. 그리고 완전 건식으로 쓰는 건 힘들더라도 주인의 말도 있고 하니 반건식으로 써보기로 했다.  


 반건식이란 습식과 건식 욕실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최대한 바닥에는 물기가 닿지 않게 하여 욕실 타일에 생기기 쉬운 곰팡이나 물때를 예방하는 것인데 방법은 어렵지 않다. 


 첫째, 샤워는 부스 안에서만 하고, 샤워 후에는 스퀴즈를 사용해 벽과, 유리, 바닥에 있는 물기를 바로 닦아내 타일에 물기가 닿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부스 안에서 몸을 모두 말리고, 머리도 타월 드라이를 하여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부스에서 나오기 직전에는 젖은 수건을 바닥에 깔아 발바닥 물기를 제거하고 나온다. 


 둘째,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물청소는 지양한다. 머리카락은 바닥이 마른 후에 돌돌이를 사용해서 제거하고, 변기를 닦을 때는 휴지에 세제를 묻혀 수시로 닦고 사용한 휴지는 변기 안에 흘려보낸다. 세면대는 하루 한번 걸레를 빨 때, 마른걸레로 물기를 닦아 유지한다. 이렇게 관리하다 보면 바닥에 물기 대신 먼지가 쌓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 한 번씩만 물청소를 한다. 


 셋째, 반건식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별도의 샤워 커튼을 설치하거나 바닥에 매트를 까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물에 젖은 샤워 커튼은 관리도 힘들뿐더러 잘못하면 곰팡이가 핀다. 바닥에 매트를 까는 것 역시 관리에 힘이 든다. 종류에 따라 매트 사이에 먼지가 쌓여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꼭 해주어야 하는데 매트를 걷어내고 청소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자주 청소를 하지 않을 경우 매트 결대로 바닥에 먼지가 쌓이거나 보이지 않는 물때가 끼어 타일에 자국이 남기도 한다. 


 넷째, 거실 화장실은 볼일을 볼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변기 청소만 수시로 하고, 가끔 먼지가 쌓였을 때 돌돌이를 밀어주는 식으로만 관리를 한다. 


 그 후로도 우리는 그 집에서 3년을 더 살았고, 집주인과의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들을 거쳐 다시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지금 사는 집은 10년 남짓 된 아파트라 주인도 욕실 사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습관대로 반건식 욕실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보니 실제로 반건식 욕실이 훨씬 편하고 관리도 쉬웠기 때문이다. 전 집주인과는 집을 나오면서 복잡한 사연으로 끝이 안 좋긴 했지만 욕실 사용에 관해서는 편리한 팁을 얻었으니 말이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나. 


 어쨌든 욕실을 사용하는 사소한 습관 하나를 바꿔 또 이렇게 집안일 하나를 덜어보면 어떨까. 욕실의 반건식 화 적극 추천한다.


반건식으로 쓴다 해도 외관은 다른 집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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