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시작 '대기업 워킹맘에서 미국 주재원 와이프로'
'대기업 워킹맘'이라는 타이틀.
어쩌면 그건, 한낱 부속품일 뿐일지 몰라도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를 증명해 주는 중요한 이름이었다.
그걸 내려놓는다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 이후 13년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삶이었기에
‘휴직’이란 단어가 나에게 가져올 반향은
기대보단 걱정이 더 컸다.
어쩌면, 아쉬움이 컸던 이유는
그만큼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주재 기간은 4년.
내게 주어진 휴직 기간은 2년.
2년 후 복직하고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게 맞을까?
복직을 했지만 예상대로 버거워진다면
결국 퇴사의 결말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아니면, 2년 후 또 다른 방법으로 휴직을 연장할까?
그러다 결국 회사에서 나올 명분만 쌓는 건 아닐까?
수많은 가정을 하고,
수많은 밤을 뒤척였다.
불확실한 미래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실감 나는 현실이었다.
"그래, 가자!"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의 주재원 발령 이야기가 처음 오간 후,
나는 약 6개월을 망설였다.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아래 세 가지다.
2023년 기준,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명목 GDP는 약 27.6조 달러.
평균 가계소득 74,580달러,
실업률은 3.4%에 불과하며
상위 1%의 연 소득은 53만 달러를 넘는다.
경제적 기회가 많고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매력은 분명했다.
신혼이었거나 아이가 더 어렸다면
기러기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에게
미국에서의 경험은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교육 시스템
영어 학습 환경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과의 경험
넓고 안전한 생활환경
사회성과 자율성이 자라는 시스템
그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도 성장하고 싶었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었고,
기회가 된다면 석사 학위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를 위한 배움,
커리어의 가능성을 확장할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
육아 난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미국에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마음을 지치지 않게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국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에 맡겨보기로 했다.
계획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니까,
부딪혀보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나는 꽤 보수적인 한국 사회가 잘 맞는 사람이다.
해외생활에 대한 동경은 거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창 시절 아버지의 주재로
국제학교를 2년 다녔고,
외국어고에 어학 전공까지 했건만
결국은 늘 “한국이 제일 좋아”를 외치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 낯선 대륙에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내 생각의 결이 어떻게 바뀔지,
그 변화의 흐름에 내 삶이 어떻게 따라갈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떠난 이번 여정은
혼자일 때처럼 내 뜻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같이 살아가고, 같이 맞춰가야 한다.
‘대기업 워킹맘’이란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미국 주재원 아내’라는 새로운 이름을 입은 지금,
내 삶은 제2막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내가 느끼고, 고민하고,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차분히 글로 담아내고자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의미 있는 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까.
함께 가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