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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Tree Aug 26. 2019

[독후감 시리즈]세상은 우리의 생각만큼 나쁜 곳일까?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오늘도 뉴스를 보면 좋지 않은 일들만 보인다. 어디선가 방화를 시도했고, 살해 후 시체를 토막 내 유기한 사람도 있고, 정치판은 또 서로 헐뜯기 바쁘다. 뉴스가 끝나니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을 비추며 슬픈 배경음악과 함께 후원을 유도하는 광고가 나온다. 참 마음 아픈 일이구나 생각하며 TV를 끄고 핸드폰으로 SNS를 보니 시리아 난민들의 처참한 생활을 담은 비디오가 추천 목록에 올라와있다. 이쯤 되니 나의 삶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밖에 잘못 돌아다니다가는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 그대로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이불에 들어가서 잠을 청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겪어 봤을 법한 이야기다. 아니, 오늘날 많은 지구인이 이런 삶을 겪고 있을 것이다. 백 년 전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한 QHD TV로 바깥세상을 보며 아직도 지구에는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아랍권 국가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교육 기회의 차이가 너무 커 보이고, 아프리카에는 몇 백 년이 지나도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선진국가의 범죄율은 점점 증가하는 것 같아 삶이 두렵기만 하다. 정말로 세상은 시대가 갈수록 살기 각박해지는 것인가.


언론정보학 (Communication)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경작 이론 (Cultivation Theroy)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세상에 대한 공포가 늘어난다는 이론이다. 언론은 그 특성상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사건을 위주로 다룬다. 따라서 실제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보다 훨씬 더 많은 비극을 보여준다. 선진국일수록 대부분의 사람은 미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기에 이 이론에 따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왜곡될 가능성도 커진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대중들은 언론을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가 책의 전반부에 준비 해 놓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문제들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답을 알고 나면 놀랍도록 긍정적이다. 삼지 선다형 문제들이기 때문에 찍어도 33%의 확률로 문제를 맞혀야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과 학자들조차 정답률이 이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가 세상을 현실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명백한 반증이다.


세계적인 선진국 스웨덴의 의사이자 공중 보건학자인 로슬링은 자신의 경험과 통계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큼 비참한 공간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우리가 흔히 제3세계라고 부르는 극빈 국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히 이런 곳에서도 상황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상황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로슬링은 상황이 좋은 것과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매우 강조한다). 실제로 이미 많은 국가들은 극빈 상태를 극복하고 먹고 최소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게 되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아동은 최소한의 예방 접종은 보장받고, 이슬람 국가에서 남녀차별이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남자와 여자는 거의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우리가 보기는 점점 더 많은 인구가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기본적 인권마저 무시당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인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내고 있다 (빈곤한 사람들만 더 나은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최고 선진국의 시민들도 에어컨을 틀고 이불을 덮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많은 선진 국가의 시민들은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게 살고 있다.).


로슬링은 지구촌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또는 언젠가 자연의 섭리대로 해결될 것이라 보는 낙관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가능성 옹호론자"라고 표현하며 세상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본다. 아직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의 빈곤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상황이 나아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한다. 로슬링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팩트풀니스를 쓰기 시작했다.


언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왜곡된 시야를 종종 보여주는 언론에 문제의식을 느낄 때가 많다. 팩트풀니스를 읽으며 왜 언론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사람들의 시선을 올바르게 고치도록 언론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부정적인 문제만을 부여주며 세상을 바꾸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올바른 측면을 보며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삶의 마지막까지 세상의 오해를 바로잡아주기 위해 이런 책을 써준 로슬링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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