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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Tree Jul 24. 2019

[독후감 시리즈] 글을 쓴다는 의미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글쓰기 유시민의 친절한 글쓰기 안내

타고난 글쟁이. 정치인 유시민이 아닌 작가 유시민을 생각했을 때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항소 이유서>를 보며 감탄했고, <국가란 무엇인가>는 오늘날 정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필독 도서가 되었다. 정치색을 떠나 현재 대한민국 비문학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유시민은 자신은 타고난 글쟁이가 아닌 '만들어진' 글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처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라고 주장하며 글쓰기의 기초를 알려준다. 그리고 책 안에서 자신이 소개하는 법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논증을 하는 법부터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 법까지. 이 책은 워낙 깔끔하고 쉽게 읽혀 글쓰기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준다.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책에서 말한 두 가지 조언에 특히 공감했다. 첫 번째는 독서를 많이 하라는 조언이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한동안 (거의 평생 동안) 독서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진정으로 좋은 글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못했고, 비판적 사고 능력마저 떨어졌다. 미국의 수학능력 평가급인 SAT를 볼 때도 Critical Reading 점수를 올리는 데 특히 애를 먹었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비판적인 사고는 사실상 필연적이다. 이런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은 독서량과 큰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연히 글을 많이 읽어봐야 그에 대한 평가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독서라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선행학습이니 영재교육이니 하며 학원 뺑뺑이를 도는 아이들은 책에 눈길을 줄 틈도 없이 문제집만 쳐다본다.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늘 인턴/대외 활동만 찾아본다. 그리고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으로 일만 하다가 집에 돌아와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 잠든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책 읽을 시간은 사치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유시민은 그런 이들에게 맞는 독서 연습법을 가르쳐준다. 물론 이들은 이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을 수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독서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유시민은 어떤 책이 독서를 습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도 추천해준다!


두 번째로 공감되는 내용은 글을 간결하게 쓰라는 조언이다. 이는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 항상 힘든 일이다. 그리고 글쓰기라고는 입학 원서, 논술 시험 같은 부류만 접해본 사람들에게 더욱 힘들 수도 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TOEFL을 공부해 본 독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시험의 Writing 과목은 많은 한국인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나는 이 과목을 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로 가르친 적이 있다. 항상 시험에서 써야 하는 글의 구조와 글자 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문단을 특정한 구조로 만들어 놓은 다음 빈 곳을 주제에 따라 넣게 한다. 추가로 문장은 최대한 복잡하고 유식해 보이게 쓴다. 그래서 수많은 접속사, 접속 부사들을 학생들에게 암기시켜 고득점에 가까워지게 만든다.


이런 강의를 반복하다가 내가 가르치는 Writing에 회의감이 들었다. TOEFL을 준비하는 이유는 대부분 교환학생이나 유학 때문인데, TOEFL Writing 점수가 높다 해서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잘할 수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를 반복하던 도중, 통계학의 대가로 알려진 John Nash가 대학원에 진입할 때 받았던 Richard Duffin 교수가 작성한 추천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Lefachetz 교수님에게:

    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지원한 John F. Nash, Jr. 를 위한 추천하기 위한 글입니다.

    내쉬는 19살인데 이번 6월에 카네기 기술대학을 졸업합니다. 그는 수학 천재입니다.

    진심을 담아,

    Richard J. Duffin.

(Dear Professor Lefachetz:

    This is to recommend Mr. John F. Nash, Jr. who has applied for entrance to the graduate college at Princeton.

    Mr. Nash is nineteen years old and is graduating from Carnegie Tech in June. He is a mathematical genius.

    Yours Sincerely,

    Richard J. Duffin.)"


감탄이 나왔다. 길지 않은, 단 세 문장은 내가 읽은 어떤 글보다 강력했다. 이때 다시 한번 짧은 글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닌 시험 요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시민은 나보다 더 많은 글을 썼고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뛰어난 작가다. 그는 군더더기가 많은 글들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며 그에 맞는 예시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글을 바꾸는 법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가르쳐준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정독한다 해서 글쓰기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 글을 봐라. 유시민 작가가 이 글을 본다면 한숨 쉬며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고칠 것이다!). 그러나 원래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계속 써보고 다른 글들을 익혀가며 배우는 "근육"이다. 나도 그렇기에 꾸준히 글을 쓰려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쓰는 글들은 이 글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다른 독자들도 글에 대한 즐거움을, 그리고 자신감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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