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나의 조울증은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명확하지 않다. 8년 전 급성 조증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진단을 받긴 했지만 아마 그전에 우울이 누적되어 오다가 조증으로 발현된 게 아닐까 싶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초등학교 5학년 쯤 교우 관계로 인한 충격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여러 친구들과 잘 지내는 사교성 좋은 아이였고 반에서 곧잘 반장이나 부반장, 회장을 맡고는 했다. 자신감에 차있었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하길 어떤 친구가 나를 험담했다고 했다. 반장이라고 나댄다라나. 그 말을 들은 직후 나는 변했다. 선생님께서 반장이라고 심부름을 시키거나 하면 자신있게 "네!"하고 다녀오는 모습을 버리고, 쥐죽은 듯 조용히 다녀오는 태도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 때 눈치를 제대로 학습했다. 6학년에 진학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사춘기 시기와 맞물리며 타인의 시선을 심하게 신경쓰는 성격이 고착화되었다.
중학생 때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서 한바탕 눈물을 쏟는 시간을 즐겼다. 즐긴다고 하는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진심으로 그 시간만을 기다렸다. 혼자가 되는 시간이 무척 좋았다. 하루 온종일 가면을 쓰고 살다가 가면을 벗고 나로 있는 시간이었다. 주된 감정은 외로움, 슬픔, 우울함 이런 것들이었다. 그 때부터 습관적으로 우울에 빠지곤 했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보단 갇혀있는 게 훨씬 편안했고 그 모습이 진짜 나라고 여기며 살았다. 3년은 그렇게 지내다가 좋은 교우 관계를 다시금 맺게 되면서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삶은 나를 편하게 두는 법이 없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시시때때로 인간 관계가 바뀌고 그 변화는 당연하다는 듯 우울과 슬픔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조울증 진단을 받고서는 우울도 병이라는 걸 인지하게 됐다. 나에겐 친구처럼 늘 옆에 있던 우울이 이제는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괴물이자 적으로 느껴진다. 올해 회사까지 그만두고 우울과 싸워왔는데 1달 전만 해도 이긴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방심하니 다시 나타나 친구인양 군다. 참 싫고 겁이 난다. 경계하지 않으면 금방 또 습관처럼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슬픔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절대적으로 우울하지 않고, 슬프지 않을 수는 없는데 습관적으로 그것에 빠져들면 탈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뺏긴다. 시간 뿐만 아니라 건강도 잃고 영혼을 빼앗기는 느낌이 든다. 힘들 때는 우울하고 슬프되, 그것을 습관화하다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는 건 분명 막아야만 한다.
방법은 진심으로 나와 대화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소홀히 하는 생활습관 같은 것은 없는지. 혹은 너무 일을 많이 하거나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나 자신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건지. 또 잠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걷는다. 그게 내가 우울과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다. 특별할 건 없다.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일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다름 아닌 건강한 마음과 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건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서다. 남이 아닌 나와의 관계부터 잘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타인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을 따라가고 나를 믿는 것이 우울과 한 패가 되지 않을 방법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필요하다. 잘자고 운동도 꾸준히.
- FINE -
우울을 거꾸로 하면
롱ㅎ(메롱 히) 이겨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