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과 봄을 맞이하는 두 번째 꾸러미
2월 2주에 설 연휴가 있어 이번 배송은 2월 3주가 아닌 4주에 받았다. 대보름을 앞두고 있어 내심 대보름용 나물 재료가 오지 않을까 조금 기대했는데 (고사리 같은거?) 곡류를 보내주시기도 하는 줄은 또 몰랐네. 무튼,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는 것이, 이 꾸러미를 통해 체감되는 것이 좋다.
2월 4주 꾸러미 구성
유정란 5개, 우리콩 두부, 찹쌀, 콩과 팥, 냉이, 달래, 시금치.
대보름과 봄을 앞둔 일종의 시즌 아이템들이 가득.
요리들
꾸러미로 받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소진한 과감한 첫끼. 냉이로는 지난번과 다른 메뉴를 시도해보고 싶어서 된장, 초고추장을 베이스로 무침을 해보았는데 의외의 성공이었다. 살짝 데쳐 식감이 좋은데 냉이의 향긋한 향과 양념의 감칠맛이 만나 더없이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잡곡밥은 난생 처음 지어보는 것이었는데 다른 글에서 따로 서술하는 것으로 하고. 2월 1주차와 마찬가지로 기본 두부와 찌개의 찰떡 재료 달래를 보내주셨으니 이번에도 순순히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으로 한다. 달래는 처음 손질해보는 것이었는데, 그 귀찮음을 감수할만 한 산뜻한 맛. (냉이 손질은 이제 프로가 되어버림)
얼핏 보면 과보정된 괴상한 사진 같지만 아닙니다.... 시금치 가지고 시금치 무침 만드는 거 너무 뻔해서, 냉이 파스타처럼 뭔가 양식 스타일로 활용하고 싶었다. 원래는 그냥 볶아서 오일 파스타나 토마토 파스타를 하려고 했었는데, 집에 있는 생크림을 소진해야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검색하니 시금치도 바질이나 깻잎처럼 페스토로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있다는 것을 확인. 집에 상시 있을 리 없는 잣을 사오는 것을 포함해서 여러모로 번거로웠지만 잣, 시금치, 치즈, 크림이 각기의 개성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부드러움의 조화가 참 좋았다. 크림의 흰색과 섞여 음식같지 않은 형광 연두색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맛있으니 된 것.
달래 하면 빠질 수 없는 달래 요리의 정석, 달래장 검색한 레시피로 만들었을 때 좀 너무 되직한가 싶었는데, 역시 달래장은 뭘 찍어먹는 것보다 건더기 올려먹는 맛이었다. 장류, 소스라고 부르기 아까울 정도로 이 자체로 훌륭한 요리.
가끔씩 생각나는 시금치 프리타타. 노오븐이라 위가 바삭바삭하게 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익어 줄기가 느껴지지 않는 시금치와 계란, 토마토, 치즈의 각자의 풍미가 좋다. 영양가도 좋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원팬 요리로 뚝딱 만들어 먹을때마다 이 팬 사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음.
담음새가 좀 아쉽지만, 왼쪽 상단은 냉이전. 냉이를 쫑쫑 썰어서 부치는데 해물 같은 거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있다. 더더욱 바삭하게 부치면 좋았을텐데 좀 잘 안됐음. 요즘 식단이 야채 위주의 한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단백질이 다소 부족한듯 해서 닭가슴살 웜샐러드를 더해보았다. 그래봤자 시금치와 토마토 볶고, 닭가슴살 구워 발사믹과 소금 후추 얹은 것. 시금치의 맛이 부드럽고 다른 야채들처럼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아서 꽤 좋은 샐러드 재료인 듯 하다.
텃밭 재료의 피날레는 역시 정석 중의 정석, 시금치 무침. 갓 무친 나물의 식감이 너무 좋다. 그나저나 잡곡밥이 넉넉해서 일주일 내내 잡곡밥을 먹었다.
이번달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