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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Oct 13. 2021

초등학교 2학년 사춘기 남자아이

사회복지 실습 일기 2일 차


학습지도 시간이다.

사춘기가 온 듯한 2학년 남자아이 옆자리에 앉았다.


"이름이 뭐야?"

"말 안 해줄 건대요?"

"지금 말해주기 싫구나, 그럼 언제 이야기해줄 수 있어?"

"절대 말 안 해줄 건대요."

"그래 알았어. 우리 문제 풀자."


사춘기라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1일 차 때부터 유난히 생활지도사들의 말을 듣지 않고

수업 중에 돌아다니며 욕을 했던 아이다.


나는 그 아이의 행동이 관심을 받기 위함이라 받아들였다.

그 아이 옆에 앉으라는 마음의 소리에 몸이 움직였다.


우와

똑똑이 었네

와 이렇게 푸는 거 구나

박수!!

우리 하이파이브하자


아이의 마음을 사기 위해 5년간 육아한 경력을 살려 온몸으로 리액션을 보였다.


마스크에 걸친 볼은 올라가 있었고 눈은 반달 모양이 되었다. 아이는 웃고 있었다.


"~~~%&@> 요!"

"응? 뭐라고?"

" 박윤찬(가명)이라고요."


나에게 이름을 이야기해주었다.

심지어 내 손을 잡았다. 팔씨름을 하자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팔씨름으로 누군가를 이겨본 적 없던 나는 진지하게 이기려 애썼지만 졌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여자아이가 오더니 팔씨름을 하자고 한다. 내가 이겼다. 울상이 된 아이.

이기고 싶었나 보다. 게임은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었다. 울더라도 내가 이기고 싶었지만 나는 실습생이었고 아이를 울릴 수가 없었다.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연기실력으로 승리를 아이의 품에 가져다주었다. 그제야 웃으며 자리를 이동한 아이.


시청각 시간.


윤찬이는 책상을 때리며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였지만 지도사님의 지적에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윤찬의 옆자리로 갔다. 선생님이랑 옆방 가서 놀자고 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소음을 냈다.

의자를 끌고 주문을 외우듯 소리를 냈다.


아이들은 불편해했고 내색하기 시작했다.

"야 조용히 좀 해!"

"안 들리잖아."


윤찬이 팔을 잡았다. 윤찬아 그만해 시끄러워~

반항? 기가 충만했던 윤찬이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진땀이 났다.

어쩌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청각 시간이 끝났다.


수줍게 본인의 이름을 알려주며 손을 잡던 초등학교 2학년 윤찬이


친구들의 시간을 방해한 윤찬이를 어찌하지 못하는 나.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시간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에게 작게나마 마음을 열러 준 윤찬이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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