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애착형인 당신에게
반복된 이별 후에 '관계와 애착 유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첫 번째 이별은 오해와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상호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다. 그때까지 식지 않았던 마음을 가진 우리는 미련이 남아 서로를 떨쳐내지 못하고 주변이들과 이어져 관계를 유지하며 만남을 이어갔고 서로가 같은 마음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숨긴 채 편한 친구처럼 가까워졌고 연인 아닌 연인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 처음은 순조로웠다. 몇 달간의 애정에 대한 목마름과 서로를 갈구했던 시간들이 둘을 이어줬고 그 행복감에 같이 붙어 있어도 싫은 줄 몰랐다. 그러나 어김없이 그 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예전처럼 혼자 만의 시간을 갖길 원했고 나는 그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고 문자든 전화든 그와 이어져 있는 느낌을 받고 싶어 했다. 나는 이것이 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무언가를 같이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고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물론 그 마음을 그에게 표현한 적도 있다. '따로 또 같이'란 말로... 내가 생각하는 이 말은 연인이나 부부가 한집에 있어도 무언가를 같이 하지 않고 각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한 공간에 있다는 그것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고 나는 그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 같이 있으려 하는 불안함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연락을 했고 그에게 충분한 개인 시간을 주지 못했다. 또한 내면 깊이 외로움을 가진 그 또한 초반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이 있기를 원했는데 그 횟수나 텀이 길어지자 나는 점점 더 불안함을 느꼈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그가 점점 나에게 차가운 말들을 던져 멀어지려 하고 태도가 달라졌던 것 같다. 그의 이러한 회피 행동은 나를 점점 더 불안하게 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그에게 더 부담감을 주는 쪽으로 행동하게 되었단 걸 뒤늦게 알았다. 그의 행동이 나를 싫어하거나 마음이 달라져서가 아닌 친밀감이 깊어지는 것이 두려워 혼자 있으려 하려는 마음에 나오는 방어기제라는 것을, 그에게 자아감을 다시 세울 수 있게 충분히 시간을 주었어야 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쌓여가던 불안들은 결국 그를 극단으로 몰아갔고 그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은 나는 항의행동으로 비난의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다음 날 후회하고 바로 사과를 했지만 그는 이미 상처를 받은 후였다.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라는 책을 소개받아 읽고 나서야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리었고 나와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앤드쌤의 사랑방'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받은 책 ) 그와의 첫 번째 이별 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고 그때 내가 불안애착형이며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하는 행동들이 모두 이 불안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나 사례 또는 상담사와 충분히 얘기할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이번 이별 후에 다시 동영상들을 찾아보다 위의 책을 알게 되었고 이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되새기며 내가 왜 이런 불안형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내 연애의 끝은 왜 항상 같은 모습으로 매번 실패했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건 불안애착형인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이었고 그 항목들을 보면서 '정말 이건 나잖아..'를 되씹으며 피식 웃음까지 나왔다. 다행히도 책에선 그랬더라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다독여 줬음에도 그간 과거의 내 행동들을 되뇌어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창피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불안형인 나와 회피형인 연인의 결말이 어떤 건지, 이 두 유형의 커플이 연인으로서 거쳐가야 하는 과정도 알게 되었다. 그중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의지였다.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그런 불안형의 비난을 받아들이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현재 우리가 연인인 것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서로 떨어져 있어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려 해도 그 사이의 불안이 파고들어 관계를 위태롭게 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니면 안정애착형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책의 저자는 전 남편에게는 받지 못했던, 그녀의 불안을 마주하며 진실되게 그녀와 함께 나아간 현재의 남자친구를 통해 여전히 위태롭긴 하지만 자신 안의 불안을 다루며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준 메시지는 어딘가에는 이렇게 못난 나를 받아줄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진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나를 아껴주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관계란 것도 없다. 그저 불안정한 우리들이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을 위한 의지와 노력으로 그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사랑은 기술이고 노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참으로 의아했다. 사랑은 감정이며 불꽃같은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무의식 중에 믿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 이해와 배려 그리고 받아들임이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임을 말이다.
그동안 찾아봤던 많은 영상 속의 상담심리사 또는 정신과의사 분들의 말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어릴 적 상처를 마주하기도 쉽지 않고 치료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어떤 이란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은 아닌지... 이제는 내 불안을 다루며 홀로서기를 해보자.
그리고 오롯이 홀로 설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사랑을 찾아 떠나보자.
나와 같은 불안애착형인 당신에게 '우리도 안전함을 느끼며 사랑할 수 있어요. 사랑을 겁내지 말아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이 말은 지금 홀로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를 위한 말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