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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 사랑 그리고 관계

feat. 이혼숙려캠프

by HeeSoo

요즘 서장훈 씨가 소장으로 나오는 '이혼 숙려 캠프'란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다. 나도 이혼을 한 경우라 그래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상태이고 어떤 이유로 이혼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도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다른 이들의 경우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니까...


몇 주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나의 경우도 그래서였구나. 나도 이혼할 만했다. 이혼 안 했으면 저렇게 살고 있었을까?'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 프로그램에서 좋았던 건 정신, 심리학 상담과 역할극이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이혼 당시 상담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고 그때 전 남편이 함께 상담을 받았더라면 달랐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 당시 상담사가 나의 전 남편 같은 분들은 절대 상담하러 오지 않는다고 얘기를 했었는데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어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보다.


상담의 내용을 보면 다들 내면에 감추어진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생긴 것들이 많았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 언어폭력, 바람(외도)등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그 아픔을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나서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다시 재현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현 가정에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출연자들을 보면서 나의 경우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의 경우는 책을 통해서도 나를 돌아보고 이미 상담을 시작해서 받고 있다. 나의 애착형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고 왜 내가 불안 애착형이 되었는지 어릴 적 기억들을 끄집어내 그 상처들을 치유해보려 하고 있다.

어릴 적 기억들을 꺼내어 글을 쓰고 그 글을 다시 읽어보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나 스스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을 여러 번 겪기도 했다. 그녀의 말로는 이 화나 분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였다. 항상 말로 풀어내던 사람이 아닌 나의 경우처럼, 기억들을 억누르고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는 그 기억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상처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만약 그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또 나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자책을 했을 수도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오늘 문득 연애 숙려 캠프란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미 연애를 하면서 (연애도 관계 맺음이니까) 그 둘 사이의 문제는 서서히 드러났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그랬지만 애써 아닐 거야라며 덮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 사람도 변하겠지,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정도만 생각했었다.

만약 지금처럼 나의 어릴 시절 등 내 내면을 들어다 보았더라면 또 상대방의 가정 분위기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같이 많이 나누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흔히들 연애는 같이 맛난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같이 '즐기는 것'에 치우쳐져 있지 않나 싶다. 서로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거나 서로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각자 회사일이 끝나면 저녁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일이나 주변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정작 각자에 대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깊은 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와 다른 경우도 많겠지만 나는 우선 '자아성찰'을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자존감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 내가 불안애착형이라면 나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너뉴브도 찾아서 보고 책도 읽었다. 윤홍균의사의 '사랑수업'과 '자존감수업'이란 책을 읽으며 그 안의 지침대로 따라 써 내려가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내 내면아이가 왜 그런 상처들을 갖게 되었는지 알아 가고 있다. 그것들로부터 생긴 내 핵심감정과 방어기제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먼저이고 그다음은 해결을 해나가거나 조율을 해나가야겠지.. 아직은 그 지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걸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아니면 최소한 내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몸에 터득하는 것부터라도 시작해 나가려 하고 있다. 혹여나 당신도 나와 같은 경우라면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극복해 낼 거라 믿고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나와는 다른 이성 즉, 남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요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존 그레이 작가의 책을 읽는 중이다.. 사랑수업이나 자존감 수업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성찰했다면 나와는 다른 이성(남자 또는 여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단 걸 느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 이런.. 내가 이게 부족했구나. 왜 난 그렇게 못했지? 이래서 상대방이 힘들어했구나.' 머릿속에 탄식이 끊이질 않았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얼마나 다르며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크게 다르고 서로 먼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이제야 그 책을 읽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93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니 20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 지나간 내 연애들이 좀 달랐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관계'란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고 그것에 관심을 갖고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 관계는 남녀 간의 관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관계에서도 다 적용되리란 걸 이제는 알고 있다.

사랑수업에서 사랑이 잘 되지 않으면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고 그건 나의 모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걸 보았다고 했다. 하물며 자존감이 높아져도 사랑에 문제가 생기면 자존감이 다시 낮아지는 걸 본 작가가 책까지 쓴 걸 보면, '사랑' '자존감'도 우리 인생에 참 중요한 부분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또 사랑이나 자존감이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내 삶과 인생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그것들을 간과해 왔던 게 후회가 되기도 한다. 뭐 그래도 이제서라도 알았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은 좀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전에 알고 지내던 언니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이 있었다. '항상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마라.'라는 말이었다. 그때 이 말을 들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몰랐었다. 그것이 자아성찰이란 것도 말이다. 큰 아픔과 시련을 겪고 나서야 그 말뜻을 알아차린 듯하다. 항상 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먼저 알고 사랑해야 다른이 도 사랑할 수 있고 상대방의 사랑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야 자존감도 높아지고 원만한 관계를 이뤄나가 서로를 이해하는 깊은 사랑을 나누고 진정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 길이 결코 싶지 않을 것이며 사랑이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행성에서 온 두 사람이 해나가는 일이니 얼마나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지 말이다.그렇지만 우리는 바뀔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의 책 제목이 사랑의 기술이어서 '왜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바보 같은 내가 이제는 '사랑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돼.'라고 말을 하게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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