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가 벗겨지다!
결혼하는 데 있어 공공연한 룰이 있다.
예전엔 남자가 집을 하고 여자가 살림살이, 즉 혼수를 준비했다. 아마도 그 당시는 여자의 경제적 활동이 지금 시절보다 어려웠기 때문이었겠지..
큰 자금이 드는 집은 남자가, 대신 그보다 작은 자금이 드는 혼수는 여자가...
또한 대부분은 여성은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왔다.
결혼하고 맞벌이를 하는 것 또한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독립하여 혼자 살았고 그 이후 부모님께 손 벌린 적이 없었다. 간간히 부모님의 뜻에 의해 도움을 받긴 했었다. 이건 아마도 자식에게 작은 거라도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셨을 거라 생각된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엔 결혼 또한 어려운 형편의 부모님께 기대하기보단 당연히 혼자 힘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에 그는 결혼 직전까지 부모님과 살았고 그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아마도 당신들의 시작이 어려웠던 힘들 시절 때문에 자식들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란 마음이셨을 거라 짐작한다.
늦깎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커플에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자금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둘 다 튼튼한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얼마든지 둘이 함께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준비된 자금은 적은데 집을 사길 원했고 그의 눈에 차는 집은 비쌀 수밖에...
그리고 그가 원하는 집을 얻기 위해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도움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의 속박이나 간섭을 감수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그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둘이 열심히 악착같이 살아서 집 장만을 하면 좋겠지..'
어찌 보면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는 그녀의 긍정적인 생각이 문제였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은 시부모님의 잦은 방문으로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매주 찾아오던 초기 그녀는 불만을 토로했고 그는 그녀의 말을 묵살했다.
어느 날은 심지어 ‘너도 그러면 너네 부모님한테 우리 부모님이 한 돈만큼 받아와’ 라며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 그의 욱하는 성질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참고 그 순간을 넘겼다.
결혼 전 예비 시어머니가 그에게 친정집에서 딸 결혼하는데 안 도와주냐고 물어봤던 걸 알고 있었다. 그때 그는 그녀를 옹호해 줬고 그녀도 분명히 친정에서 집 장만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확실히 전달했다. 돈이 중요하면 헤어지자고도 했다. 돈 많은 여자 만나서 집 사라고!
그렇게 그녀를 이해하고 결혼을 결정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휴직을 결정하면서 전세 자금의 대출금을 갚는 문제가 발단이 되었다. 수입이 없는 그녀는 대출금은 못 갚지만 휴직을 위해 미리 모아둔 돈으로 생활비는 전처럼 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건 나름 그에게 다 부담시키지 않으려는 그녀의 배려였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대출금을 뭘 갚았다며 트집을 잡았고, 대출금 대신 전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했던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네가 너 월급으로 대출금 갚고, 내 월급으로 생활비 하자고 했잖아. 근데 뭐가 내가 대출금을 안 갚아? 넌 생활비 내지도 않았으면서? "
이런 식의 돈으로 인한 다툼이 또 시작되었다.
교대근무로 일을 하면서 살림, 난임시술로 지쳐가고 있었고 같이 집안일을 하자고 제안했던 것까지 이야기를 끄어다가 집으로 그 이야기가 이어졌다.
“네가 먼데 너 맘대로 집안일을 분담해? 그렇게 평등 찾을 거면 너도 집을 반반해왔어야지”
“내가 언제 평등 찾았어? 힘드니까 같이 하자는 거잖아.”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이었다. 처음엔 집안일에 대해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전적으로 넘기려는 태도를 보였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시부모님들의 간섭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혼수만 해왔으면 집안일은 지가 해야지.. 이런 거??)
이 일로 그들은 두 번째로 크게 싸웠다.
한창 깨가 쏟아져야 할 신혼..
이렇게 돈(집) 타령으로 그녀의 결혼생활은 상처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혼인신고만 미리 안 했더라면..’
‘결혼식 전에 다툼이 있었을 때 결혼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돈에, 집에 집착하는 건 알았지만 그 화살이 이제 나에게 돌아오는구나...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결혼식 전에 미리 해둔 혼인신고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녀는 결혼 전부터 그가 돈에 집착하고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갖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하고 확고한 답변을 받은 뒤 결혼을 결정했어야 했다. 결혼 생활에 있어 돈에 대한 가치관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혼자 추측하고 받아들인 것이 그녀의 잘못이었다.
또한 당시 예비 시어머니가 딸 결혼시키는데 아무것도 안 해주냐며 친정집 돈을 운운하며 집 사는데 돈 안 보태는 걸 문제 삼고 있단 걸 눈치챘을 때 그 화살이 결국 그녀에게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 전 또는 결혼 생활 동안 경제적인 문제로 파경을 맞기도 한다.
결혼은 가장 이기적인 욕심의 결정판이라고 했던가??
아들 돈으로 살림을 하고 동생 뒷바라지를 해오던 예비 시어머니가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쫒아다니며 헐뜯고 결혼을 못하게 방해하여 결국 헤어진 게 된 이야기, 친구 사이에 사돈을 맺는데 남자 쪽에서 집을 장만하고 친구에게 혼수를 넣으라고 했더니 ‘우리 돈 없어. 너네가 해’ 그랬다고 파혼한 이야기...
얼마 전 TV 조선에서 방영한 ‘우리 이혼했어요’란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최고기와 유 깻잎’ 커플의 이혼을 안타까워했다. 집을 사준 시아버지의 상견례 자리에서의 태도는 그녀로서는 충분히 상상이 가는 것이었다. 혼수로 5천을 해오라고 요구했단 것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물론 후에 그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해명했을지라도..)
그들을 보면서 그녀도 생각했다.
‘나의 경우와 비슷하구나’
혼수 외에 전셋값에 보탠 비중이 적었다고 집안일은 너의 차지라는 듯한 행동,,, 참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한 게 맞나 싶은 지경이었다. 그러려면 반반 해오는 여자를 만났어야지..
왜 굳이 아닌 걸 알면서 그녀를 선택하고 후에 탓하는 건 어떤 마음인 건지..
그리고 집값에 보탠돈이 반반이 아니고 그 비중이 적다고 하여 즉, 결혼할 때 한쪽이 경제적으로 기울었다는 이유로 그녀는 겸손이라는 덕목으로 가장한 복종을 강요받고 있었다.
"넌 좀 겸손해져야 해" 바보 같은 그녀는 이 말의 의미를 그땐 몰랐다. 그것이 이런 집에 살게 됐으니 나에게 복종하라는 의미였다는 걸...
또한 거기엔 '우리 부모님이 돈을 보태줬으니 우리 부모님한테 네가 잘해야지' 란 개념이 깔려있지 않았을까?
더불어 요즘 세상에 '여자는 결혼하면 끝이야.' ' 결혼하면 출가외인이야' 이런 조선시대 유교사상 짙은 말을 늘어놓는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혼수나 여성의 결혼에 대해 이런 잣대를 가진 그가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의심하게 되면서 점점 그녀는 그녀의 눈에 씌어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결혼 전에 경제적인 가치관을 맞춰보는 건 참 중요하다. 소비패턴이나 저축이나 재테크에 관한 습관 등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 특히, 결혼을 결정했다면 서로의 재정상태를 솔직히 다 털어놓고 함께 토론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보단, 둘이 가진 재정 안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은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까지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재정적 도움을 준 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자녀의 결혼생활에 간섭을 하진 않으니까 말이다.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서로의 수입이나 가진 자금 등을 모두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고 살림을 누가 맡을 것인지 미래를 위한 재테크 또는 집 장만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로의 용돈을 정해서 불필요한 지출이 생기는 것 또한 방지해야 한다. 편견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생각하지 않은 지출을 하기도 하니 이 부분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결혼은 실전이다.'라는 말처럼 결혼은 연애처럼 로맨틱한 것을 꿈꾸기보다는 어찌 보면 일상생활이고 생계와 연관된 두 사람이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전에 충분히 서로가 맞는 상대인지를 솔직하게 맞춰봐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던 결혼생활이 돈에 얼룩진 모습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