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목적

삶의 방식과 선택

by HeeSoo
왜 사람들은 결혼을 하려고 할까?
어쨌거나 좋아서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 가는 걸 보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누구나 생각하는 지극히도 평범한 삶일까?


어느 날 무더위를 피해 한적한 곳의 커피숍을 찾았다. 이미 아는 이들은 아는 장소인 듯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늦은 점심 이후라 그런지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고 나는 큰 테이블의 한쪽에 앉게 되었다. 서류 작업을 하려고 노트북을 열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십여분이 지나고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두 커플이 내 옆쪽에 자리를 잡았다.

한 자리 건너에 앉아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내 귓가에 들려왔다.


아마도 그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를 둔 듯했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한 양육방식에 대해 설명을 하자 상대편 부부도 동의하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이야기와 요즘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떴다.


우연히 듣게 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역시 아이들 이야기는 빠질 리가 없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저들은 저렇게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난 이혼을 선택하고 다시 혼자가 되었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부러움보다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이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겠다는 마음은 이미 접었기 때문에 미련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 같은 것은 여전히 남아 있었나 보다.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나의 선택은 옳았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특히 요즘은 다양한 방식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싶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혼과 기혼으로만 나뉘던 것도 이제는 비혼이란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으니 말이다.

이제는 결혼한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싱글에게

"결혼 안 하셨어요?"라는 질문보다는 "혹시 비혼이세요?"란 질문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또한, 상담사는 오랜 상담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멀리서 숲을 보듯 다른 이들의 결혼 생활도 겉에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단지 그들은 굳이 이혼을 선택하지 않은 것뿐이지 그들이 모두 다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나의 경우처럼 문제의식을 느끼고 빠른 선택을 하고 빠져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이런 분을 만나서 반갑다고 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거기엔 오히려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했다. 즉, 많은 이들이 심리적인 이유로 상대방을 원하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전 지인 중에 한 명도 '나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지만 이것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언제 행복함을 느끼는 지를 물어왔다.

그 질문을 받고 나서 '나는 요즘 언제 행복하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요즘 새로 시작한 운동에 몰두하여 매일 한 시간씩 연습을 하며 시간을 할애하고 또 휴가가 생기거나 주말에 여유가 되면 커피 한잔을 옆에 놓고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이 두 가지가 현재의 나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주고 활력요소임을 깨달았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가 아닐까?
나 자신이 언제 행복하고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이렇게 나 자신을 알아가고 그런 것들이 온전히 내 안에 스며들었을 때, 그때 누군가를 옆에 두고 좋아하고 사랑할 때 진정한 둘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가수 이승환 씨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결혼은 겨울에 손을 잡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과 같다. 처음엔 따뜻하고 좋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손에 땀이 맺히고 다시 그 손을 빼고 싶어지는 것....'


아마 십수 년 전에 들었던 말인데 아직도 이 말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보면 너무 찰떡같이 결혼을 묘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비혼이든 결혼이든, 이혼이든 재혼이든... 그저 다 다른 삶의 방식이고 선택의 결과 일 뿐이다.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 선택에 대해 비난할 자격은 없다.

사람이 다 다르듯 같은 삶은 존재할 수 없고 겉으로 남이 행복해 보인다고 해서 그 속을 다 알 수도 없다.




새벽 4시 반, '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울릴 때면 마음 한편이 씁쓸할 때가 있다.

'이 새벽 누군가가 예전의 나처럼 잠 못 이루고 있구나... 이혼을 고민하며 내 글을 읽나 보다...'


'한국 여자들을 다 이혼녀로 만들려고 환장했는가?'란 메일을 보낸 이가 문득 떠오른다.


단지, 내 글을 읽고 이혼을 선택할 만큼 한국 여자들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꼭 이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내가 사랑한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들어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물론 거기엔 다른 요건들도 충족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유튜버 '아는 변호사'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이 말은 그만큼 결혼을 하기 전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맞춰보고 결정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신속한 이혼이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더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빠르게 끝내라는 말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결혼을 결정할 때 신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꼼꼼히 따져보고 말이다.

내가 왜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이지,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등


인생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선택에 있어 그 답은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을 때 그 선택에 대한 후회도 원망도 남을 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짝을 찾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통해 둥지를 튼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를 낳는다.


내 결혼이 잠시 불행하다고 하여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결혼을 안했고 아이가 없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이혼을 했어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짝을 찾아 함께하고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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